오늘은 통합교과 놀이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기다리던 날입니다. '놀이'라는 말이 나오자 아이들 얼굴이 환해집니다.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아이들은 1학년 때 했던 놀이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꺼내 놓습니다.
"선생님, 전 체육이 좋아요."
"우리 운동장도 나가요?"
"작년에는 5층 소체육관에서 했었는데."
아이들은 답답한 교실을 얼른 벗어나고 싶은가 봅니다. 오늘은 운동장에 나가나, 체육관에 가나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교실에서 하는 놀이입니다.
"오늘은 교실에서 하는 놀이 수업이야."
선생님 한 마디에 잔뜩 솟아 있던 어깨가 조금 내려옵니다. 그래도 '놀이'라는 말에 다시 기대를 걸어 봅니다.
"그러면 우리 무슨 놀이해요?"
교과서에는 '모두 모여라'라는 제목 아래, 선생님과 또래 아이들이 넓은 체육관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책 속 아이들의 신나는 모습에 우리 반 아이들은 한참 눈을 떼지 못합니다.
2학년 첫 놀이 시간입니다. 분위기를 풀어 보려고 간단한 활동부터 시작합니다. 아이들 손을 빌어 24개의 책상을 교실 네 면의 벽 쪽으로 밀어붙입니다. 설명을 듣자마자 아이들이 책상을 밀기 시작합니다. 금세 교실이 한층 넓어집니다. 책상이 사라진 교실을 보며 아이들은 "와!" 하고 작은 탄성을 터뜨립니다.
넓어진 공간에 아이들은 자기 의자를 들고 원으로 빙 둘러 앉습니다. 늘 앞만 보고 앉아 있던 아이들이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이 신이 난 눈치입니다. 말은 하지 않아도 어깨가 들썩이고, 누군가는 소리 없이 발을 구릅니다.
주제를 말하면 해당되는 아이들만 일어나 원 안으로 모입니다.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 봅니다.
"남자 일어나세요."
"여자 일어나세요."
"2학년 14반 일어나세요."
"안경 쓴 사람 일어나세요."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사람 일어나세요."
처음에는 엉거주춤 일어나 어리둥절하던 아이들이 선생님 말이 거듭될수록 점점 빨라집니다. 귀를 세우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발을 옮깁니다.
아이들이 놀이에 꽤 익숙해진 눈치입니다. 그래서 제가 늘 하던 농담을 한 번 던져 봅니다.
"지금 팬티 입은 사람 일어나세요."
아이들은 웃음 띈 얼굴로 "에이, 선생님" 하며 벌떡 일어나 원 안으로 모입니다.
다 모여야 하는데, 한 명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설마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한 걸까요.
"현준아, 너 팬티 입었잖아. 일어나서 나와야지."
아이의 짧은 다리가 의자에 대롱거립니다. 선생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나 팬티 안 입었는데."
원 안에 모여 있던 23명의 시선이 아이에게 쏠립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다시 한 번 물어도 대답은 같습니다. 말을 못 알아들은 게 아니었습니다.
"저 내복 입어서 팬티 안 입었어요. 엄마가 안 입어도 된다고 했어요."
아이는 그 말을 하고는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단호한 얼굴을 보니 더 할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꾹 참고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괜찮아. 팬티 안 입을 수도 있어. 그런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내일은 팬티를 입자."
아이의 고개가 조용히 끄덕여집니다. 그리고 원 안에 모여 있는 친구들을 바라봅니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합니다.
활동을 마무리하고 모두 자리로 돌아옵니다. 한 아이의 공책에 적힌 소감을 보았습니다.
제가 어디까지 가르쳐야 하는 걸까요.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가르친다는 일이 어디까지인지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