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과 공기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언제쯤 시작해야 할까 오래 고민했습니다. 글씨를 쓰는 것만 봐도 이제 막 손아귀 힘이 생기기 시작한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작은 손으로 공깃돌 다섯 알을 던지고 받을 수 있을까, 그저 시기만 가늠하고 있었습니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이 서서히 모이기 시작합니다.
두 명, 세 명, 네 명, 여기저기 머리를 맞댄 채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합니다.
책을 바닥에 펴고 머리를 맞대고,
뭐가 그리 좋은지 쉼 없이 깔깔 웃고,
손바닥으로 박자를 맞추며 저마다의 시간을 채웁니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손아귀 힘이 없어도, 규칙이 어려워 보여도 함께하는 공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오늘 놀이시간에는 공기놀이를 해보려고 합니다.
"선생님이 오늘 너희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
선물이라는 말에 24명의 눈동자가 일제히 선생님을 바라봅니다. 궁금함을 잔뜩 담은 눈동자가 따스해진 봄햇살에 반짝입니다.
"우리 오늘은 공기놀이를 한 번 해 볼 거야."
"와!"
평상시 교실에서는 잘 들을 수 없는 탄성이 교실을 흔듭니다. 공기를 해 봤다는 아이부터 어려워 걱정하는 아이까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규칙을 설명해 줍니다.
1단계, 한 알 잡기
2단계, 두 알 잡기
3단계, 세 알, 한 알 잡기
4단계, 네 알 잡기
마지막, 잡기
마지막 꺾기는 처음 해보는 아이들을 위해 손을 뒤집어 공깃돌을 받아내는 '잡기'로 바꿉니다. 이 단순한 규칙이 아홉 살 앞에서는 왜 이렇게 복잡한지요. 단계별로 실물화상기에 보여줍니다.
먼저 공깃돌 다섯 알을 책상 위에 흩뿌립니다. 하나, 하나 공깃돌을 낚아챕니다. 한 알 잡기가 무섭게 아이들의 함성이 교실을 울리기 시작합니다.
"와!"
2단계를 보여줍니다.
"우와!"
3단계를 시작하자 발 구르는 소리까지 가세합니다.
"선생님, 진짜 대단하다!"
4단계를 지나 잡기를 보여줍니다.
다섯 알을 한 번에 잡는 순간, 교실이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웅성거립니다.
"다섯 개를 한꺼번에 잡았어!"
아이들에게 저는 오늘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다시 1단계로 돌아가 점수를 쌓아 올립니다.
아이들의 시선에 제 손이 뚫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게 집중하는 모습은 처음입니다. 규칙을 설명하고 나니 오히려 모르는 게 더 많아지나 봅니다. 평상시에도 말이 많던 아이들인데, 오늘은 끊임없이 질문이 이어집니다.
"선생님, 잡은 공깃돌 바닥에 내려놔도 돼요?"
"물론이지. 다른 손이나 바닥에 내려둬도 괜찮아."
"선생님, 이 공깃돌 오늘 집에 가지고 가서 연습해도 돼요?"
"그럼. 집에 가서 언제든 연습해도 돼."
"선생님, 2학기에 우리 진짜 꺾기도 할 수 있어요?"
"당연하지. 연습하면 너희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을 맞춰줍니다. 그때 한 아이의 손이 번쩍 올라갑니다.
"선생님, 공기는 왜 다섯 개로 해요?"
순간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아이들과 공기놀이를 해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왜 다섯 개인지, 언제부터 다섯 개였는지, 누가 처음 정했는지 저도 알지 못했습니다.
잠깐 생각하다가 웃으며 답해봅니다.
"아마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머니의 할머니가 그렇게 했으니까."
아이들이 함께 웃습니다.
그리고 다시 공깃돌을 집어 듭니다.
가끔은 이유를 몰라도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 몰라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 숨겨 두었던 공깃돌을 꺼냈습니다.
내가 만든 놀이도 아니고, 내가 정한 규칙도 아니지만 지금 꺼내도 될 것 같아서 꺼냈습니다.
어쩌면 어른의 일은
꺼내야 할 때를 아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