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의 책갈피

월요일의 교실은 늘 무겁습니다.

작년이 이상한 한 해였을까요. 작년에는 학교 가는 게 즐거웠습니다.

수업을 할 때면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헛웃음을 짓기도 하고,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농담 섞인 말로 제 마음을 건드리는 아이들이 좋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학교 가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끌려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몸은 앞을 향하지만 마음은 제자리에 있습니다.


왜 이럴까요. 자리를 찾지 못하는 마음을, 아이들이 가고 난 텅 빈 교실에 앉아 되돌아봅니다. 저는 아마 어떤 아이들 앞에서 더 마음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선생님도 마음이 더 머무는 아이가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 있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같은 마음을 건네 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학기 초에는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쌓이고 서로에게 익숙해져 갈수록, 새어 나오는 그 마음을 누르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저는 선을 넘지 않지만, 제 말 사이를 알아채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버릇없다'라고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나도 모르는 제 빈틈에 새로운 생각을 채워주는 그 순간을 좋아합니다.


옆 반 선생님은 해마다 이런 말을 합니다.

"쟤 우리 반이었으면 굉장히 혼났을 텐데, 너희 반이라서 올해 사랑 많이 받는다."


돌이켜보니 작년에는 그 빈틈을 노리고 들어온 아이들이 참 많았습니다.

선생님이 받아주는 걸 알아챈 순간부터, 한 발씩 더 들어왔습니다. 그게 참 좋았나 봅니다.


열세 살이기에 가능했겠지요. 이건 아홉 살에게 바랄 수도 없고, 그런 걸 가르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자꾸 지치나 봅니다. 끊임없이 쏟아붓는 에너지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순간을 함께 나누기 어렵습니다.

마음을 주고받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매일, 했던 말만 반복합니다.


요즘 제 말투와 표정에 마음이 묻어났나 봅니다.


다시 시작된 월요일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1교시 독서록을 확인하고,

2교시 수학익힘책을 살피고,

3교시 '내가 듣고 싶은 말' 정리한 것도 들여다보았습니다.

같은 활동이 이어지자 제가 많이 지쳐 보였나 봅니다.


4교시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책상 모니터 아래 작은 틈에, 종이 한 장이 반으로 접힌 채 놓여 있었습니다.

못다 버린 쓰레기인가 싶어 종이를 들어봅니다.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꼬깃꼬깃한 종이 위로 'Read hear 정00 선생님'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문득 지난주 일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금요일 자기소개 시간에 가장 소중한 물건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작년 아이가 준 책갈피를 꺼냈습니다. 사랑하는 제자가 준 선물이라 가장 소중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아이들에게 보여준 그 책갈피를 흉내 낸 글이 제 이름 아래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예의, 안전, 태도, 질서, 2-14.

선생님이 중요하게 여긴 단어들이었습니다.

아주 잠깐 스치듯 보여준 건데, 아이가 어떻게 기억했을까요.


눈 깜빡할 사이에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누가 만들었는지 물어볼 새도 없었습니다.

지쳐버린 선생님을 향한 아홉 살의 작은 손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한동안,

그 종이를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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