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끝자락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교실은 말없이 흘러갑니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각자 자기 자리를 찾아 움직입니다.
어제 청소를 하지 못해, 오늘은 자기 자리를 정리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칠판에 한 문장을 적어두었습니다.
'자기 자리 청소 후 독서하기'
8시 30분이 되자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옵니다. 인사를 하고 가방을 정리합니다.
칠판을 한 번 바라본 뒤 작은 빗자루를 들고 책상 아래로 몸을 밀어 넣습니다.
작은 손에 꼭 맞는 미니 빗자루가 좁은 틈을 여기저기 누비고 다닙니다.
그렇게 아침이 시작됩니다. 각자의 시간에 맞춰 자신의 일을 마무리합니다.
그때 아이 하나가 제 옆으로 천천히 다가옵니다. 제 귀에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합니다.
"선생님, 제 책상 옆에 커다란 벌레가 있어요. 바퀴벌레 같은 거요."
어제 국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말하듯, 차분한 목소리였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이 커집니다.
설마 바퀴벌레는 아니겠지.
커다랗다는 건 과장이겠지.
아홉 살 앞에서 저는 당당해야 했습니다. 아이의 자리로 함께 향합니다.
아이의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바퀴벌레는 아니었지만, 어른 손가락만 한 그리마가 교실을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목구멍까지 솟아오르는 비명을 억눌렀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지원이가 떠올랐습니다.
아마 작년 여름 초입이었을까요. 반팔을 입기 시작한 아이들이 있었고, 급식실로 가는 길은 햇살이 제법 따가웠습니다. 급식실에 도착한 6학년 아이들은 한 줄로 서 있었습니다. 그때 남자아이들이 서 있는 줄 뒤쪽이 소란스러워졌습니다.
그때도 그리마였습니다.
수십 개의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며 아이들 사이를 요리조리 헤치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비명이 솟아올랐습니다. 소란을 잠재우려 했지만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새어 나오는 비명을 억누른 채, 바닥만 바라보았습니다.
제 옆을 쳐다봤습니다. 그곳에 지원이가 서 있었습니다.
"지원아, 나 저거 잡아줘!"
지원이는 휴지를 뜯어와 아랑곳없이 그리마를 잡아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
소란이 잠잠해지고 나서야 얼굴이 조금 달아올랐습니다. 그런데 지원이의 말은 저를 더 흔들어 놓았습니다.
"선생님, 저 벌레 처음 잡아봐요."
뒤에 있던 다른 아이의 말은 저를 더 놀라게 했습니다.
"전 사실 선생님이 저한테 부탁할까 봐 너무 무서웠어요."
교실에 벌레가 들어오면, 저를 도와주던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그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날에서야, 그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제야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고마워, 지원아. 선생님이 꼭 보답할게."
그 말에 지원이는 별거 아니라는 듯 웃었습니다.
열세 살짜리의 그 웃음이 얼마나 미안하고도 멋있던지요. 그 이후로는 제가 하려고 했습니다.
오늘 교실 한 구석에서 꿈틀거리는 그리마를 보니, 이름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지원아."
제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조그마한 벌레를 치우려고 휴지를 다섯 장 뽑았습니다. 보이지 않게 벌레를 덮고 발로 눌렀습니다. 발끝으로 그 감각이 선명하게 전해져 왔습니다.
소스라치는 제 모습에 아홉 살 아이들이 곁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지만, 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표정을 바뀌봅니다.
그렇게, 다시 조용해진 교실에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누군가는 와 줄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