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나만 사진 안 찍어줘

by 콩나물시루 선생님

5월 따뜻한 바람에 열기가 더해갈 즈음, 졸업앨범 촬영을 시작합니다. 이 날은 야외 촬영을 위해 학교 근처 공원으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처음으로 줄을 지어 아이들과 함께 교문 밖을 나섭니다. 수학여행에 이어 현장체험학습도 취소된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 밖 공원으로 가는 길은 졸업앨범 촬영이라는 설렘을 뒤로하고도 새로운 기대감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지요.


단정하게 입고 오라는 말에 아이들은 맞춘 듯 청바지에 흰 티를 입고 왔습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나란히 선 아이들이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봄 햇살에 푸르른 공원을 배경으로 아이들은 하얀 티셔츠만큼이나 말갛게 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첫 촬영을 마친 아이들이 개인 촬영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한 명씩 찍는 사진이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남은 아이들은 그늘 아래 정자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립니다.


교실이 아닌 곳에서 바라본 아이들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더위에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신나게 떠들어대는 아이, 애니메이션 주인공 맹구처럼 특이한 모양의 돌멩이를 찾아다니는 아이,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꿋꿋이 책만 읽는 아이, 여기저기 자신만의 색깔로 꽃을 피워낸 들꽃처럼 각양각색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피워냅니다. 이런 아이들을 저만의 사진첩에 간직하고 싶어 핸드폰을 들어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봅니다. 오늘의 싱그러움을 담아 말갛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반짝입니다. 그때, 한 아이가 이야기합니다.


-선생님도 같이 찍어요.


어느 해부터 아이들과 사진을 찍지 않던 저는 잠시 멈춰 생각합니다. 교실이 아닌 싱그러운 공간이 준 여유로움 때문이었을까요? "그래, 같이 찍자."라고 대답합니다. 한 아이에게 핸드폰을 맡기고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오늘을 사진에 담아봅니다. 함께 사진을 찍는 아이들이 선생님 옆으로 바짝 다가섭니다. 내가 더 가까이 갈 거라며 선생님 옆자리를 사수하는 아이들을 보니 설레고 고맙기는 하지만 여전히 참 이상하고 어색합니다. 그때 저 멀리 사진 기사님을 도와주고 있는 회장 아이가 소리치며 달려옵니다.


-나도 같이 찍어!


교실에서는 볼 수 없던 애타게 외쳐대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마음속 청개구리가 등장합니다. "자, 우리 이제 사진 다 찍었다."라는 선생님의 말에 주변에 있는 열세 살 아이들이 선생님의 농담을 곧장 이해하고 손발을 맞춰줍니다. 약속이나 한 듯 함께 사진을 찍던 아이들이 벌떡 일어나 자기 자리로 돌아가버립니다.


-희재야, 우리 사진 다 찍었어.


-우리 선생님이랑 단체 사진 엄청 찍었다.


다 찍었다는 말과 함께 뿔뿔이 흩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 희재는 절망 가득한 얼굴로 외쳐댑니다.


-왜 나만 빼고 찍어! 나도 선생님이랑 사진 같이 찍을 거야! 선생님 나도 사진 찍어주세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치며 외쳐대는 아이의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요. 회장 역할을 하느라 네가 없어 어쩔 수 없었다는 선생님의 설명에 희재는 퉁퉁 부은 얼굴로 자기 역할을 하러 다시 사진 기사님께 돌아갑니다.


희재가 떠나가고 또다시 남아있는 아이들과 사진을 찍어봅니다. 멀리서 이 모습을 본 희재가 다시 전속력으로 달려오며 외칩니다.


-나도 사진 찍을 거야!


희재가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아이들과 짠 듯이 흩어집니다. 이 모습을 본 희재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릅니다.


-나만 사진 안 찍어줘. 나도 사진 찍고 싶은데! 선생님 저도 사진 찍어주세요!


속상함으로 가득 찬 얼굴을 보니 마음속 청개구리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미안한 마음에 뒤늦게 달래 보려 해도 아이는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조용히 희재를 내 곁으로 불러봅니다.


-희재야, 미안해. 선생님 장난이었어. 대신 둘이서만 같이 사진 찍을까? 너랑 나만.


선생님 말에 어두워진 희재의 얼굴이 금세 환하게 밝아집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아이와 함께 오늘을 담아봅니다. 희재는 친구들에게 선생님이랑 둘이서 사진을 찍었다며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며 자랑합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걸까 생각이 많아집니다. 있는 그대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아이들의 마음이 유독 과분하게 느껴집니다. 겁 많은 선생님에게 찾아온 용기 있는 아이들을 만난 건 저에게 행운이겠지요?


나만 사진 안찍어줘.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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