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 알림장
6학년 생활이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190일을 시작으로 쉼 없이 달려온 날들이 이제 한 자리 숫자에 돌입했습니다. 남은 2주간 교실에 있는 개인 물건들도 하나, 둘 가정으로 챙겨갑니다. 첫 시작은 교실 한 귀퉁이에 쌓여있는 아이들의 배움공책입니다.
저희 반이 사용하는 공책은 '배움공책' 단 하나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학습 정리부터 내일을 준비하는 알림장까지 학교에서 쓰는 모든 내용은 배움공책 단 한 권으로 끝이 납니다. 각자의 속도로 배움공책을 마무리하면 선생님께 제출하고 두 번째 배움공책을 준비해 옵니다. 10개월을 함께 한 아이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최소 3권부터 6권까지 자신만의 역사를 배움공책에 또박또박 기록해 갔습니다.
3월 초, 배움공책을 안내할 때 아이들에게 미리 이야기해 두었지요. 배움공책이야말로 너희들의 1년을 돌아보는 생활통지표가 될 거라라고. 선생님이 적어주는 서너 문장의 짧은 글보다 내가 스스로 써 내려간 글 뭉치야 말로 나 자신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아이들에게 3월, 첫 번째 배움공책을 보여준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배움공책을 보고 깜짝 놀랐지요. 3월부터 2학기까지 기껏 다섯 달이 흘렀을 뿐인데, 그 안에 확연한 변화를 느꼈나 봅니다. 가장 눈에 띄게 변한 건 글씨체입니다. 글은 그 사람의 마음을 나타낸다고 항상 일러두었는데, 올해 아이들이 유독 제 말을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첫 번째 배움공책과 현재의 글을 보면 글씨체뿐만이 아니라, 글의 내용에서도 그 깊이감이 확연히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본인들의 변화를 눈으로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자신의 성장을 글로 정리하는 것도 잊은 채 자신들이 쌓아온 1년 치 기록에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이 성장을 가정에서도 함께 누렸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은 숙제를 내어봅니다.
2025년 12월 15일 알림장
서른일곱. 1년 동안 쓴 배움공책 집으로 챙겨가기
**부모님과 함께 나의 1년 되돌아보기
올해 저는 선생님으로 아이들에게 글을 읽고,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환경을 조성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무서워서였는지, 아니면 사랑한다는 말처럼 제가 좋아서였는지 6학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제가 틀어준 방향대로 선생님을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해마다 써 내려간 배움공책이 올 한 해에는 그 어떤 한 해 보다 결과물이 알차고 변화의 폭이 크게 느껴집니다.
부족한 선생님에게 이만큼 배워주고 잘 따라 준 내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 남은 10일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이 마음을 잘 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