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안전이 내 삶의 0순위

2025년 12월 11일 알림장

by 콩나물시루 선생님
8시 40분부터 8시 55분까지



저희 반 등교시간입니다. 1교시는 9시부터 시작하지만, 하루를 차분하게 열 수 있도록 8시 55분 전까지 등교를 권하고 있습니다. 일 년 내 해당 시간 등교를 권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8시 30분이 되기도 전에 도착해 하루를 시작하고, 누군가는 9시가 다 되어서야 교실로 허겁지겁 뛰어들어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지요.


학기 초부터 항상 아이들에게 강조한 것이 있습니다. 혹시 학교에 늦게 될 땐 꼭 선생님에게 미리 연락하라고. 본인이 직접 해도 좋고 보호자가 연락해도 좋으니,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는 선생님에 대한 예의를 꼭 지켜달라고. 저와 함께 1년을 보낸 아이들은 이 말을 이해하고 지금까지 잘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약속이 깨졌습니다.



9시가 넘도록 한 명의 아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친구는 사실 도움반 친구입니다. 최근 학교에서도 도움반 교실로 곧장 이동하지 않고 한참을 멈춰 서성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반복되는 행동에 멈추지 말고 '곧장' 약속된 장소로 가야 한다는 것을 지도하는 중이었지요. 그런 아이가 9시가 넘도록 교실에 오지 않았습니다.


학부모에게 전화를 해보니, 아이는 매일 출발하는 시각에 집을 떠났다고 합니다. 8시 40분에 출발했다면 지금은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입니다. 학부모가 아이의 안심알리미를 확인해 보니 8시 59분에 교문을 통과했다는 문자가 와 있다고 합니다. 9시 5분이 지나고 있습니다.


등골이 쭈뼛 섭니다. 작년 1학년 저희 반 아이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하교 후 교문 앞에서 엄마와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엄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약속 시간에 늦었고 아이와 길이 엇갈렸습니다. 아이 엄마와 선생님은 사라진 아이를 찾아 학교와 그 근방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땀이 뚝뚝 흐르는 것도 모른 채 아이 이름을 부르며 한참을 여기저기 뛰어다녔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요? 다행히 아이가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도움반 아이가 교실로 오는 길을 거슬러 내려갑니다. 운동장을 통과해 교문으로 갔지만 아이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식은땀이 흐릅니다. 생각이 멈추기 시작합니다. 교실로 돌아오니 9시 10분이 훌쩍 넘었습니다. 여전히 아이 소식이 들리지 않습니다. 결국 아이의 집 주소를 챙겨 들고 교문 밖으로 나섭니다.


교문을 통과할 즈음 전화가 울립니다. 저희 반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던 옆 반 선생님입니다.


-선생님, 아이 찾았어요.


교실에 돌아오니 아이가 보입니다. 저와 옆 반 선생님이 아이를 찾으러 여기저기 부산하게 뛰어다니는 틈에 아이가 교실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아이가 교실에 도착한 걸 못 보고, 선생님은 아이를 찾으러 아이의 집으로 뛰어가려 했습니다. 선생님은 놀란 가슴과 헐떡이는 숨을 가라앉히고 아이를 바라봅니다. 아이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가만히 선생님만 쳐다봅니다.


선생님이 오늘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아채지 못하는 아이는 말없이 선생님만 바라봅니다. 아이를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겨울바람이 너무 추워 3층 교실로 올라오기 전, 1층 복도에서 서성이고 있었다고 합니다.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자꾸 멈추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아이는 아마 1층에서 서성이다 고요한 학교 분위기에 교실로 살금살금 들어왔나 봅니다. 그래, 아이가 안전하면 된 거지요. 쿵쾅거리는 마음을 달래 보려 하지만, 선생님의 놀란 가슴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습니다.


오늘 알림장은 저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부탁의 한 꼭지입니다.



2025년 12월 10일 알림장

서른여섯. 내 삶의 0순위는 '건강'과 '안전'
1. 옷 따뜻하게 잘 챙겨 입기
2. 약속된 시간까지 정해진 장소(학교, 학원, 집 등)에 도착하기
3.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시 꼭 보호자에게 연락하기



아이가 사라진다는 건 교사에게 두려운 경험입니다. 넘어져 다쳤다거나, 주먹질하고 싸웠다는 소식보다 선생님 등골을 가장 서늘하게 만들지요. 6학년이니 이런 일은 거의 없었지만 도움반 친구의 경우는 다르지요. 항상 날을 세워 아이의 동선을 확인하지만 여전히 걱정이 앞섭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 큰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보호자가 필요합니다. 가정에서는 보모님이, 학교나 학원에서는 선생님이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그렇기에 혹여나 약속된 시각과 장소가 변경될 경우, 꼭 보호자에게 미리 말씀드리라고 누차 이야기 해 왔습니다.


내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이 일상의 행복은 '안전'이 보장되었기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안전'을 지키는 건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꼭 마음 깊이 새기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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