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 알림장
이제 등교일이 6일 남았습니다. 여섯 번만 교문을 통과하면 아이들은 초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합니다. 1년간 교실에 펼쳐둔 아이들의 일상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갑니다.
과학, 영어, 체육 선생님과의 마지막 수업이 모두 끝이 났습니다.
1년간 이어온 우리 반 베스트셀러, 공기대회, 딱지대회가 모두 정리되고 마무리되었습니다.
교실 뒤 우리 반을 빛내주던 아이들의 작품이 게시판을 떠나 주인을 찾아 가정으로 돌아갔습니다.
1년 내 창가에서 푸릇푸릇 초록의 힘을 보여준 화분들이 이제 희망하는 아이들 품에 들려 하나씩 떠나갔습니다.
칠판 날짜 위에 적혀있는 D-day의 숫자가 한 칸씩 내려갈수록 교실이 조금씩 비워집니다. 사실 D-day를 적는 건 아이들이 아닌 제 자신을 위해서였습니다. 어쩌면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건 선생님이었습니다. 겁쟁이 선생님은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쉽게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졸업식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인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걸어온 1년이라는 시간 속 함께 엮은 '인연'은 이어질 거라고. 우리는 영원히 6학년 12반이고, 나는 너희들에게 영원히 6학년 담임 선생님이라고. 매일 아침마다 아이들을 위한다며 해 주는 이 말은 사실 미처 헤어질 준비가 되지 않는 제 자신을 달래기 위해 하는 말이었습니다.
알림장도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아마 이번 주에 쓰는 알림장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2학기 들어 저희 반 알림장은 주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번 주는 6학년 생활을 끝으로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겨봅니다. 친구에게, 학교에게, 선생님께 그리고 나 자신에게
2025년 12월 22일 알림장
서른아홉. 마지막으로 남기는 한 마디
(월) 1. 친구에게 한 마디
(화) 2. 학교에게 한 마디
(목) 3. 선생님께 한 마디
(금) 4. 나 자신에게 한 마디
이번 주는 알림장을 쓰고 난 뒤, 아이들의 이야기를 매일 들어봅니다.
친구에게,
나의 6학년 생활을 빛나게 해 주어서 고마워
학교에게,
너희 하나하나, 모두가 있었기에 우리 반이 될 수 있었어.
우리와 함께 해 준 학교야, 고마워!
선생님께,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노력해 줘서 진짜 고마워
그렇게 한 마디를 남겨보았습니다.
소위 MBTI의 극대문자 F라고 본인을 칭하는 아이들은 말을 꺼내기도 전부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괴이고 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 없는 선생님도 올해는 아이들 눈물만 보면 마음을 감추기가 참 어렵습니다. 마음을 담아 전하는 아이들의 한 문장이 참 예쁘고, 고마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