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랑스러운 제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아가기

2025년 12월 30일

by 콩나물시루 선생님

졸업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줄어든 시간만큼 아이들의 흔적도 지워졌습니다. 교실 벽을 차지하고 있던 아이들의 작품이 사라지고, 사물함은 텅 비었습니다. 칠판 한 귀퉁이를 채우고 있던 '선생님 힘내세요',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아이들의 고백도 지워졌습니다. 교실은 2025년 3월, 첫날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여름 방학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단 하나의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사랑스러운 6학년이 되어 돌아오기


올해 아이들은 참 이상했습니다. '이상하다'라는 말로 담을 수 없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스스럼없이 드러냈습니다. 자꾸만 다가오는 아이들이 학기 초에는 참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함께 걸어온 시간은 부담을, 사랑으로 피워냈습니다.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귀여워, 아이의 말처럼 선생님 눈에 꿀이 떨어졌습니다.


그 사랑스러움을 지키고 싶어 지난 여름방학, 10일간의 추석연휴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내준 숙제였습니다. 사랑스럽게 다시 내 품으로 돌아오라고. 그리고 아이들은 그 약속을 잘 지켜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더 이상 이 숙제를 낼 수 없습니다. 내일 헤어지고 나면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내 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저 지켜봐 주는 게 전부입니다.


이 글이 6학년 마지막 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점차 6학년 생활도 끝이 날 것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만남이 행복할수록 이별은 더욱 슬플 것이다. 우리 반의 만남이 행복했으니 나도 지금 여운이 남고 아쉬운 게 아닐까 싶다. 더욱 높게 날수록 떨어질 때는 충격이 크니까, 그렇지만 나는 아쉽기도 하지만 또 고맙다. 6-12이 있었기에 내가 높게 날 수 있었으니까.

개인문집 '6학년 소감' 중 일부, 이00


아이의 글귀가 제 마음에 남습니다. 아이도 알고 덤덤히 받아들이는 사실은 선생님만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놓아주어야겠지요. 그리고 받아들여야겠지요. 아이의 말처럼 저는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이 있었기에 마음을 열고 내 학생들을 바라볼 수 있었으니까요.


알림장에 선생님의 바람을 담아봅니다.



2025년 12월 30일 알림장

마지막. 사랑스러운 제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아가기



아이들에게 내는 선생님의 마지막 숙제입니다. 앞으로 나아갈 때, '그때가 좋았는데'라며 뒤만 보고 있지 않았으면 합니다. 혹은 닿지 않는 먼 미래 때문에 현재를 버리지도 않았으면 합니다. 아무리 행복했던 과거라도, 아무리 반짝이는 미래라도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쩌면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아이들은 너스레를 떨어댑니다.


-선생님 저 졸업하고 찾아와도 되지요?


-저 너무 컸다고 얼굴 잊어 먹으시면 안 돼요.


-전 수엽이 잔뜩 나서 털보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아이들의 장난 섞인 말에 차오르던 눈물이 쏙 들어갑니다. "수염이라니, 너무 징그럽잖아!"라고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입니다. 그게 서운했던지 몇몇 남자아이들이 눈을 가늘게 뜨고 뾰로통해집니다. 아차 싶어 선생님도 마지막 속마음을 들려줍니다.


얘들아, 너희들은 언제나 선생님 마음속에 열세 살이야.
어떤 모습이든 항상 귀여울 거야. 사랑해


내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자라던, 2025년의 선생님은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그저, 단 하나 우리 아이들이 내 주변의 작은 기쁨을 발견하며 항상 행복하게 살아나가길 마지막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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