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31일 소무의도에 서서
2026년의 한 달이 흘렀습니다. 돌아보니 2025년은 새로운 일이 참 많았습니다.
제 삶의 한 기둥이던 아버지가 없던 첫 사계절을 보냈습니다.
21년간의 학교 생활 중 처음으로 아낌없이 마음을 내어 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주고받은 마음을 놓치고 싶지 않아 나의 일상을,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을 글로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헤어짐이 너무 무겁다는 걸, 아버지와의 헤어짐이 그랬듯, 헤어지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1월은 감정을 추스르고,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다는 건, 그만큼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곁을 잘 내어주지 않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예의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저는 늘 제가 그어둔 '선' 안에서만 사람을 대했습니다. 아마 저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을까요.
이렇게 마음이 흔들릴 줄 알았으면 그냥 시작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소무의도로 떠났습니다. 걷고 싶었습니다. 마음을 덜어내고 저를 붙잡고 싶었습니다. 3주간 이어진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었습니다.
귀를 때리는 겨울 추위 속에서도, 소무의도를 향하는 다리 위에는 많은 사람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갑니다.
누군가는 가족과 웃고, 누군가는 자전거로 일상을 옮기고, 누군가는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앞만 보며 걷습니다. 저도 사람들 사이에 하나의 점이 되어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소무의도에 입도합니다.
갈매기들이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골목 한 귀퉁이에서 해맞이를 하고 있습니다. 서쪽마을로 향하는 길 한편에 쌍화차를 팔고 있는 작은 카페가 보입니다. 계란 노른자를 띄운 사진 한 장이,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사람들을 환영합니다.
소무의도의 유례가 적힌 작은 팻말을 지나, 오래된 교회를 지나, 세월의 흐름이 켜켜이 쌓인 주택을 지나 서쪽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기묘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섬 너머 송도의 아파트가 수평선 위로 끝없이 솟아올라있습니다. 제 등 뒤로는 1996년의 시간을 담은 서쪽마을이, 바다 너머에는 2026년의 송도가 펼쳐져 있습니다. 앞에 놓인 바다 때문에 함께 섞일 수 없다는 듯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풍경 앞에 서 있으니, 삶을 살아가는데 정해진 속도가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그냥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