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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경 Apr 29. 2024

복지국가는 위험에 공동으로 대비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②

1. 복지국가란 무엇인가 - 1) 질문에 접근하는 방식

   “자동차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누군가는 “자동차란 엔진과 바퀴를 가진 물체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의 구성 요소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자동차를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것은 단지 추상적인 차원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위의 대답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예컨대 내가 엔진과 바퀴를 붙여서 어떤 물체를 만들더라도, 그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동차로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지상에서 엔진의 동력으로 바퀴를 굴려서 승객이나 화물을 운반하기 위해 만든 교통 수단”이라는 기본적인 정의에서 출발해야, 비로소 자동차를 이해하고 만드는 작업이 가능해질 것이다. 즉, 특정 목적 아래에서 각각의 구성 요소들이 특정 원리에 따라 함께 작동하는 방식을 알아야 한다.


   “복지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적어도 복지국가의 존속을 걱정하고 그것을 발전시키려는 사람이라면, 복지국가가 어떤 목적을 위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복지국가의 목적에 부합하는 수단들을 일관되게 배치하고 접합할 수 있으며, 각각의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의 중요성은 환자 치료 과정에서 명확한 치료 목적의 수립이 갖는 중요성에 비유할 수 있다. 암 환자에 대한 치료 목적이 완치인지 증상 조절인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보자. 환자에 따라 치료 목적은 다양하게 수립할 수 있지만, 적어도 치료 목적과 치료 계획의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치료 목적이 수립되지 않은 환자에 대해 한쪽에서는 수술과 새로운 항암제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진통제나 진정제만 투여하고 있으면, 그 어떤 개입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설사 다양한 수단을 함께 사용하더라도, 그것의 조합은 일정한 치료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물론 치료 목적과 치료 계획의 내적 일관성만으로 치료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환자의 상태는 치료자의 통제를 끊임없이 벗어나려고 하며, 이러한 형태의 문제는 오늘날 복지국가가 현실적으로 당면한 위기에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치료 목적이 전체 치료 과정에서 갖는 중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복지국가의 목적과 세부 수단들 사이의 내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그것이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작동하기 위한 필요 조건이다.


   복지국가의 정의는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이다. 그리고 복지국가는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닌 사회적 구성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다룰 내용은 “복지국가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또는 “복지국가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어떤 원리를 따라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복지국가의 주요 목적은 모든 시민이 문명화된 존재의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비상품화하는 것이다. 복지국가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보장과 더불어 공공서비스, 노동법 등의 수단을 이용한다. 이러한 목적을 중심으로 복지국가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다음 두 가지 사실이 자명해진다. 첫째복지국가는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는 국가가 아니다. 둘복지국가는 복지를 충분히 주는 관대한 국가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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