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고래 May 07. 2024

5월의 그림책 3권 추천

808.9비295ㅊ ~ 808.9새 코너에서


1. 《지각》  허정윤 글 , 이명애 그림 , 위즈덤하우스

 용기가 필요하다. 지각할 용기, 손가락질받을 용기, 겁쟁이라 놀림받을 용기. 하지만 모두가 함께 지각하면 괜찮다. 이 책에서는 오전 8시 15분, 한강 위 서강대교의 정체 속에 작은 고양이가 나타나면서 시작한다. 8시 15분이라는 숫자는 보기만 해도 긴장이 되고 배가 아프다. 실제 나의 둘째 아들은 그 긴장된 시간에 과민성으로 배가 아파 지각을 자주 한다. 새 학기에는 더 심해진다.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전날 저녁 기름진 걸 먹지 않고, 당일 아침은 적게 먹는다. 대한민국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 중에 쫓기듯 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모두가 바쁜 아침. 아니 바쁜 정도가 아니라 숨 막히는 아침. 그림책 속 길 잃은 새끼 고양이는 살겠다고 여기저기 차 사이를 다니며 위험한 곡예를 한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구해주고 싶지만 쉽게 나서지 못한다. 나서지 못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다만 고양이가 죽지 않기를 속으로 응원(?)할 뿐이다.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림책 속 결말과 실제 작가가 겪었던 결말이 같을지는 모르겠다.

 제목이 작은 고양이나 아기 고양이가 아니라 <지각>인 이유는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다. 정해진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가다가 잠시 멈추거나 뒤로 가게 된다면. 그 이유가 나 자신이 아니라 환경이나 누군가에 의한 피치 못할 사정이라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으며, 어떻게 다듬어갈 수 있을까.


“오늘은 지각해도 좋은 날입니다.”

_ 본문 중에서

그림책 <지각> 의 한 장면.


2. 《머리숱 많은 아이》  이덕화 그림책, 위즈덤하우스

 우리 집 사 남매의 막내는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누구보다 머리숱이 많고 곱슬머리다. 키도 크고 볼도 통통하니 무척 사랑스럽다. 하지만 외모에 불만이 많다. 귀엽고 깜찍하고 여리여리한 여자 아이들을 예쁨의 기준으로 삼는다. (난 아이돌이 많은 여자 아이들을 슬프게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딸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어도 딸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고슴도치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를 예쁘다고 하잖아. 엄마 말은 믿을 수가 없어.”

 그림책 속 ‘잔디’는 엄청난 머리숱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무리 다듬고 손질해 주어도 제멋대로 자라고 머리카락을 춤을 추고, 공이 되고, 반려견으로 오해받고, 난리가 아니다. 엄마는 그냥 그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걸 깨닫는다. 남과 다른 모습 때문에 한 친구가 시비를 건다. “너 이상해.” (이런 친구들 꼭 있다.)

 나는 이 시비에 대답하는 잔디의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들어 눈물이 핑 돌았다.

“원래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이상해.”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다.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돈 생기면 꼭 구입할 책! =)

그림책 <머리숱 많은 아이> 중 한 장면.

3. 《나의 작은 집》  김선진 지음, 상수리

 하고 싶은 건 많지만 꿈같은 건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꿈같은 게 생겼다. 구옥을 구매하는 것. 오래된 집을 사서 고쳐서 오랫동안 살고 싶은 소박한 꿈 (이지만 어디 집사는 게 소박한가 ㅠㅠ)이다. 한겨레교육에 <작은집 건축학교> 같은 과정을 보면 설렌다. 땅도 없고 집도 없고 건축에 대한 지식도 없지만 꿈은 꾸라고 있는 거니 마음껏 꾸어보기만 한다.

 그러니 제목과 표지만 보고서도 이 책을 골랐지. 후회가 없다. 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작은 구옥은 주인이 여러 번 바뀐다. 카센터, 사진관, 할머니 집, 청년들의 모자 가게 그리고 그림책 작가의 집까지. 세세한 그림들과 상상 속 사연들이 엮여서 따뜻한 이야기들이 되었다.

아무래도 5월은 조금 더 따뜻하고 싶나 보다. 오늘 고른 책들이 모두 몽글몽글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에 관한 책 3권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