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요문장

탈리다쿰, 가재여 일어나라

화요일에 읽는 오늘의 문장

by 꽃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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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에 읽는 오늘의 문장 (19)

이작가노트

2022.3.8.(화)

“사라지는 것은 지구에 태어난 모든 생명에게 중요한 일이고 아름다운 일이기도 합니다.”

__신혜우 글⦁그림 │ 『식물학자의 노트』 │ 김영사


06:02, 활력징후 –1, stupor 아니 coma. 어항 3층 높이에서 fall down.

응급실 차트를 매일 읽으니 새벽에 화장실 바닥에서 발견한 블루 가재의 상태를 이렇게 설명 할 수밖에 없었다. 높은 어항을 기어올라 물 밖으로 나온 가재는 밤새 집안을 배회하다가 화장실 타일 위에서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떨어진 휴지 조각 같은 걸 먹은 것일까, 떨어지면서 내상을 입은 것일까. 아들들이 일 년 가까이 정성스레 키운 가재가 이렇게 허망하게 죽다니. 새벽부터 남편과 나는 황망한 마음으로 어항 주변을 서성였다. 잠도 덜 깬 남편은 무의식중에 이렇게 내뱉었다.

“탈리다쿰!”

“뭐라고?”

“탈리다쿰! 가재야 일어나 걸어라.”

“하하 진짜 그러면 얼마나 좋아.”

탈리다쿰은 예수께서 회당장 야이로의 죽은 딸을 살리실 때 하신 말씀으로 소녀야 일어나라 뜻의 아람어다. 남편은 자신의 선포와 다르게 믿음이 없었는지 출근하면서 가재로 인해 어항 물이 썩을 수 있으니 갖다 버리라고 했다. 하지만 웬걸. 가재의 더듬이와 헤엄 다리, 걷는다리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꼬리지느러미를 꾹 말고 mental drowsy 상태로 회복되고 있던 것이다. 일하는 내내 아이들에게 가재는 어떠냐고 물었다. 오후 11시.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퇴근해서 집에 오니 가재는 천천히 어항을 거닐며 스스로 재활훈련을 하고 있었다.

지구의 모든 생물이 태어나 사라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부활, 다시 생이 주어지는 일은 못지않게 아름답고 감격스러운 일임을. 가재, 너는 다시 사는 기분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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