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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는 어떤 곳일까?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12 - 터키 카파도키아

by 류광민

눈 속으로 들어가다!

터키 남부 지중해 해안의 도시 시데에서 하루 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일찍 길을 떠난다. 오늘 해가 지기 전에 터키의 중부 내륙에 있는 카파도키아의 괴레메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냐를 거쳐 괴레메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시데 해안가 평야를 지나고 나면 끝이 없을 것 같은 산길이 이어진다. 아마 토로스 산맥을 넘어가는 길인가 보다. 몇 시간을 계속해서 올라가다 보니 길 주변에 흰 눈이 쌓여 있는 산들이 보이고 길가 주변에도 1미터 이상 높이로 눈이 쌓여 있다. 다행히도 날씨가 따뜻해서 길 위에는 눈이 모두 녹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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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했던 해안가 풍경이 산으로 드러서자 마자 흰 눈으로 덮혀 있는 산들로 바뀐다. 도로 옆으로 치워놓아 높이 쌓여져 있던 눈이 아직도 남아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엔진에서 계속 높은 회전 속도로 힘을 내주고 있다.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를 넘어갈 때 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산길을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아톰은 이렇게 힘든 길을 잘 달려줄 수 있을까? 혹시 고장이라도 나면 어떡하지. 주변에 자동차 정비공장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산길을 올라간 것 같다. 한국을 떠날 때, 차 대형 정비공장 사장님이 이런 차로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기가 막힌 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16살이 된 아톰은 그런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잘 달려준다.

가장 높은 고개를 넘어서자 끝없는 평야가 이어지고 엔진 소리도 작아진다. 이제부터는 아톰이 편하게 달려줄 수 있을 것이다.


아나톨리아 고지대 평원에서 점심을 먹는다!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점심을 먹었다. 사방으로 지평선이 보인다. 이곳이 아나톨리아 고지대 평원인가 보다. 풍요로운 땅이 한없이 펼쳐져 있다. 이 땅에서 얼마나 많은 문명이 태어나고 다른 민족들이 또 탐을 내고 했었을지가 상상이 된다. 지금도 터키는 이 넓은 평야 때문에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몇 개 안 되는 나라가 되고 있다. 안탈리아와 그리고 토로스 산맥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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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쯤에 코냐 외곽에서 기름을 다시 채웠다. 주유소 직원이 기름을 넣으면서 우리 차가 신기한지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한국에서 왔어요."

놀라는 표정. 아내가 화장실을 갔다 오는 사이에 차를 한쪽에 세워놓고 있는데 나에게 다가오더니 차 한잔 하겠냐고 한다. 정말 친절한 사람이다. 감사하지만 정중하게 사양하고 다시 출발.


캠핑장이 문을 닫았다!

이제 차는 조금 구릉지대를 통과한다. 마치 몽고의 푸른 초원지대가 연상되는 곳이다. 다행히도 해가 지기 전에 괘레메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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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지대를 지나면 괴레메가 나온다.

오늘 정박지로 정했던 캠핑장은 겨울이어서인지 문을 닫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인근에 정박할 만한 곳으로 이동하였다. 차를 세워놓고 주변을 돌아보니 카파도키아의 전형적인 풍경이 주변에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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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레메의 첫날밤을 보낸 야외 정박지 주변 풍경

관광객이 떠난 자리에서!

차를 안전하게 정박시킨 후, 주변 지역으로 산책길에 나서본다. 저 멀리에 노을 풍경을 보기 위해 언덕 위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해가 지기 전에 올라가야 한다. 저녁노을 풍경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그런데 기대보다는 노을이 아름답지 않다.

노을 풍경이 매우 짧게 인사하고 사라진다. 아쉽지만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이다. 관광객을 태우고 온 차들이 모두 떠나간 자리는 적막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이 적막한 곳 한 곳에서 우리는 카파도키아의 첫날밤을 보낼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일 새벽에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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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레메 첫날밤을 보낸 정박지 풍경

뜻밖의 선물

새벽에 차 밖에서 쉭쉭 소리가 난다. 혹시나 해서 창문을 열어보니 사방이 열기구를 뜨우기 위해 차들과 열기구,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차 안에서 들었던 쉭쉭 소리는 열기구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는 소리였다. 주변의 넓은 공터가 새벽에 열기구 탑승장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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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공기를 넣고 있는 열기구들

다양한 색상의 열기구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은 장면들이 사진에 예쁘게 담긴다. 열기구를 타는 것보다 더 재미있으면서 예쁜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열기구마다 상승하는 높이가 조금씩 다른 모양이다. 일찍 내려오는 열기구도 있고 한참 동안이나 상승하는 열기구도 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일찍 내려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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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어느 곳에서 카파 도키에서는 열기구를 타기 위해서 하루, 열기구가 뜨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 하루가 필요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열기구가 뜨는 장면은 정말로 장관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현장이 바로 우리 정박지 앞에서 펼쳐져 있었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일년간의 캠핑카 여행 중 받은 선물 중 가장 흥분된 선물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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