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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Sep 08. 2020

누가 하루에 3개국 여행을 해보았을까?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45 - 몬테네그로 헤르체그노비

카페 커피 한잔에 여유가

어제는 주유소 주차장 큰 형님들 옆에 붙어 거센 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하루 밤을 잘 보냈다. 아침(2019년 3월 30일)에 신세를 진 주유소 카페에 당당히 들러 카푸치노 2잔을 시켜 여유를 부려본다. 카푸치노 한잔 값이 천 원 정도 하니 더욱 여유롭다. 

주유소 주차장에서 하루 밤을 보낸 아침에 주유소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즐겨 본다.

숙소에서는 항상 요리를

어제저녁에 예약을 한 숙소로 출발해 보자. 숙소는 주유소 뒤 쪽에 있는데 가는 길이 좁고 공사 중이다. 그런데 우리가 예약한 숙소도 공사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고 이른 체크인도 O.K. 다만, 아톰 몸집이 커서 숙소 안에 주차는 불가능하고 길가에 바짝 붙여서 주차하는 것으로 해결. 

며칠 동안 못한 목욕도 하고 아내는 숙소에서 간단한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아내는 숙소에 요리할 수 있는 시스템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요리를 한다. 캠핑카 안에도 요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지만 부탄가스 캔으로 요리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가스를 절약하려고 하는 습관이 생겼다. 사실 유럽에서 부탄가스 캔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며칠 동안 먹을 요리도 해놓았고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함께 축구를 하는 곳

오후에는 숙소 주변 마을 산책길에 나서 본다. 넓은 푸른 잔디밭에 아이들이 미니 축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중에 여자 아이 한 명이 남자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있다. 

아주 작은 꼬마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가 아이가 축구공을 가지고 놀도록 해주고 있다. 이 잔디밭에 정말로 많은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주변 밭에는 어떤 작물인지는 몰라도 밭을 가꾸고 계신 주민분들도 보인다. 여기에서 보니 이곳은 도시와 전원이 함께 있는 곳이었다.      


불길한 기운의 국경

오늘(2019년 3월 31일)은 보스니아를 떠나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날이다. 2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Ivanica 국경 검문소로 출발. 계속해서 산길을 올라간다. 다시 회색의 그리스 산악지대 풍경이 이어진다. 저 아래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곳이 바로 크로아티아. 그런데 국경 검문소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불길한 이 기운은 어김없이 맞았다. 국경이 닫힌 것이다.

산을 넘어 바다가 보이는 곳이 크로아티아이다. 이제 국경 검문소가 보인다.

한참 헤매고 있는 우리를 보던 국경 검문소 직원이 우리에게 다가와 “Broken”이라고 말한다. 영어가 잘 안되어 정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크로아티아로 가는 길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가까운 국경 검문소는 7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몬테네그로 국경이란다. 그러니까 몬테네그로를 들어갔다가 다시 크로아티아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 어쩔 수 없다. 다시 산을 내려가서 트레비네까지 돌아간 다음 몬테네그로로 가야 한다. 시간도 문제지만 이 비싼 기름을 들여왔는데 크로아티아까지 가려면 100km 정도를 더 달려야 하는 것이다.


하루 통과를 위해 자동차 보험료를 내다

드디어 몬테네그로 국경에 도착. 몬테네그로는 불가리아에서 발행해 온 그린카드 적용 국가가 아니다. 즉, 하루 통과를 위해 자동차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말. 그것도 18유로나 한다. 기름값에 자동차 보험료까지. 오늘 불필요한 돈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불평만 하면 무엇하겠는가? 

몬테네그로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여 산을 내려가면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온 김에 방문해본 도시 - 몬테네그로의 헤르체그노비

국경을 통과하고 나서 산을 내려가면 몬테네그로의 아름다운 해안도시 중 하나인 헤르체그노비가 나온다. 온 김에 이곳을 방문하기로 한다.

언덕 위 적당한 곳에 아톰을 정차시키고 나서 해안가로 내려가 본다. 오래된 성곽이 남아 있는 해안도시이다. 바다는 호수 같다. 바닷물도 맑고 주변 풍경도 아름답다. 마침 일요일이라 마리나 항구 주변에 는 산책을 하거나 카페에서 맥주나 차 한잔을 즐기거나 바다에서 노는 사람들로 붐빈다. 

고민이다. 온 김에 몬테네그로 여행을 한 후, 크로아티아로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오늘 밤에 크로아티아로 넘어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정말 고민이다. 몬테네그로 여행을 하려면 다시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북쪽으로 올라와야 한다. 그리고 유심도 다시 사야 하고 어디를 가야 할지에 대한 계획도 세워야 한다. 몬테그로는 경로 상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 참, 복잡한 일이다. 그래, 모든 곳을 다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무리하지 말자. 


하루에 두 번째 국경 검문소 통과

저녁 즈음에 우리는 헤르체그노비를 떠나 크로아티아 국경을 넘었다.

크로아티아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면 절벽 위 해안선 도로를 따라 달리면 크로아티아로 완전히 들어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국경에서 직원이 몇 가지 질문을 한다.


“차에 개를 데리고 있나요?”

“아니요”. 

“현금은 얼마 정도 있나요?”

“약 260유로 정도”


여권에 도장 꽝 찍더니 “O.K”

우리는 두브르브니크 들어가기 전, Idle 쇼핑센터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하루 밤을 보냈다. 내일 아침 일찍 두브로브니크로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우리는 생애 처음으로 3개 국가를 여행한 날이었다. 이런 날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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