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78 - 영국 Jurassic Coast
2박 3일의 New Forest 국립공원 여행을 마치고 다음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Jurassic Coast의 Ringstead National Trust 지역. 어제 하루 밤을 보낸 Avong Heath Country Park에서 목적지로 출발.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된 캠핑카 소품점. 나는 캠핑카 여행을 하면서 꼭 사고 싶었던 물건이 있다. 다른 캠핑카들을 보면 정박지에 차 수평을 맞추어 주려고 받침대가 부러웠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물건. 다행히도 캠핑카 소품점에 우리가 원하는 크기의 차바퀴 받침대가 있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이 있다. 캠핑카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건을 바구니에 담게 되었다. 캠핑카용 설거지통, 설거지 물받이대, 이동식 변기 대변을 묽게 해주는 혼합액, DC용 진공청소기, 4인용 식기 세트. 가격이 무려 98파운드. 13만 원 넘는 돈을 한꺼번에 쑥 지불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물건들은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좁고 험한 길을 찾아 도착한 목적지에는 비가 내리고 짙은 안개가 깔려있다. 여행 전에 이 곳에 대해서 충분한 정보가 있어서 오려고 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안전한 정박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park4night에서 이곳을 추천하는 글을 본 것이 다 이다. 사진도 없었고 단지 추천만. 꼭 가보라는. 큰 기대 없이 그 말만 믿고 온 곳이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짙은 안개 때문에 사방에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이런 날에는 그냥 쉬어야 한다.
점심에는 프랑스에서 사 온 와인과 함께 어제 사놓은 두툼한 삼겹살을 구웠다. 어제 산 생 삼겹살은 1kg정도에 9천원 정도 한다. 너무나 착한 가격이다. 저녁에는 먹다 남은 삼겹살을 넣고 볶음밥까지 만들어 먹었다. 하는 일이라곤 쉬면서 먹는 일이다.
조금 안개가 개어서 잠깐 나가 보니 주변 풍경이 그런대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우리가 주차해 놓은 곳은 해안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절벽 위였다. 주변은 봄을 맞아 모든 게 녹색으로 채워져 있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질 거야.
아침 해가 뜨자마자 눈이 떠졌다. 주변 환경이 너무 궁금해진다. 창문을 열자마자 전혀 기대하지 못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맑은 햇살 그리고 푸른 초원과 우리 차 주변에 널려있는 양들. 아내가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가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아니, 이런 풍경 속에서 어제 저녁과 밤을 보냈다니 믿기지 않는다.
안개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주변 해안가로 트레킹을 떠나 본다. 해안 절벽 위로 모두 푸른 풀밭과 밀밭만이 보인다. 이런 풍경을 구경거리 삼아 2km 정도를 가니 도버에서 보았던 하얀 석회암 절벽이 보인다. 안개는 모두 사라지고 먼 거리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푸르름과 노란색 꽃들이 사진에 가득 담긴다. 모두 절경이 아닌 곳이 없다.
Doordle Door가 저 멀리 보인다. 이 정도에서 돌아가야 한다. 햇살이 점점 따뜻해지다가 뜨거워진다. 장거리 트레킹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쉽다.
돌아오는 길에 초지에 자라고 있는 풀들이 햇살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풀 잎에 모든 햇살이 내려앉는다. 푸르던 밀밭이 은색 푸른 바다로 변한다. 카메라에 내 눈에 담겼던 것이 다 담기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다.
안개, 바람과 햇살, 노란 꽃들 그리고 녹색의 해안 절벽이 선사해준 행복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Doort Moor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 중간 기착지인 Exter로 출발한다. 교통사고와 공사 때문에 예상보다 늦게 도착. 유료 주차장에서 하루를 또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