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상상해 본다!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90 - 영국 Hadrian's Wall

by 류광민

Hadrian's Wall 여행을 시작해본다

Hadrian’s wall은 서기 122년에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점령지 방어를 위해 세운 서쪽 아일랜드 만의 솔웨이에서부터 동쪽의 뉴캐슬 타인까지 이어지는 약 120km의 장벽이다. 영국에서 로마가 물러나기 전까지 로마 제국 시절 영국에서의 국경 선 역할을 담당했던 Hadrian’s wall. 영국 여행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인 그곳으로 가본다. 스코틀랜드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질러 왔고 다시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질러가는 경로이다.


역사에 대한 감정을 생각하다

그 여행 시작 장소는 Corbridge Toman Town. 이곳은 Hadrian’s wall에서 남쪽으로 약 2.5마일 정도 떨어져 있고 서기 411년까지 로마가 지배했던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6월 16일 오후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6월인데도 영국에서 비가 내리면 추워진다. 주차장에 아톰을 세워두고 박물관부터 관람. 이곳에서 발굴된 여러 유적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눈에 유물 안내문 서술 방식이 눈에 뜨인다. 이곳 주민들은 그냥 거주민이고 이곳을 점령해서 통치했던 로마 군사들은 점령군이 아닌 그냥 로마 군인이라고 서술되어 있다. 이 서술에서는 나의 조국을 점령했던 점령자들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다. 타민족에 의한 지배 역사에 대한 슬픔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설명.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피지배 역사에 대한 감정 차이는 왜 다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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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사자상, 현지인들을 미개하고 비겁한 미개인으로 묘사한 묘지석 등에서 당시 모습의 단편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비가 잠시 그친다. 역사유적지를 보려 밖으로 나와 본다. 나름 규모가 있는 도시였던 모양이다. 꽤 부지도 넓고 많은 건축물 터가 보인다. 그러나 비가 내리고 있어서 쌀쌀한 기운이 드니 천천히 관람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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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흐려서 황량하게 느껴진 유적지

인근 지역 Hexhan의 Tyne Green Country Park로 이동. 이곳에서 하루를 정박하였다.


최전방 병사들에게 안식처였을 요새

다음날 아침에 늦은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어제 일정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늦은 아침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Hadrian’s wall 여행이 시작된다. Hadrian’s wall을 따라서 만들어진 도로 중에서 가장 긴 것 같은 Military Road를 이용해서 달려간다. 그 첫 번째 유적지는 Chesters Roman Fort. Tyne Green Country Park에서 약 9km 정도 떨어져 있다. 이 유적지에는 John Clayton이라는 분의 소장품을 1896년부터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 있다. 그는 영국의 고대 유적지 보존과 유적지의 토지를 보전하는데 최초로 관심을 기울인 인물이라고 한다. 고향인 이곳에 유적지 땅을 사고 유물을 수집하여 98세 나이에 기증하였다고 한다.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한 일에 대한 이러한 열정은 그것이 무엇이든 경의를 표해도 될 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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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layton에 대한 안내문구와 전시된 유물들

유적지를 만나기 위해서는 박물관에서 초지를 조금 걸어가야 한다. 이 땅이 유적지로 관리되기 이전에 목초지로 사용되었음을 알려주는 풍경을 지나면 강가에 유적지들이 있다. 유적지 중 성곽 외부의 강가에 있는 목욕탕 터는 상당 부분 남아 있어서 과거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다. 병사들의 몸을 따뜻하게 해 주었을 목욕탕은 이 추운 지역에서 병사들이 겨울을 날 수 있게 해주는 휴식처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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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이 트레킹 명품 코스

Hadrian’s wall 여행에서 Hadrian’s wall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Houstead로 향한다. Chesters Roman Fort에서 약 12km 정도 달려가면 만날 수 있다. 가는 길 주변 풍경이 명품이다. 주변에는 트레킹 코스가 있어서 가끔 이 풍경을 즐기고 있는 트레커들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크고 작은 유적지들을 만날 수도 있다. 이 모든 유적지를 만나려고 하면 며칠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냥 Houstead로 고고. 이 길을 따라 걷는 이들이 조금은 부러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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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drian’s wall을 따라 난 도로 옆으로 트레킹 코스가 있어서 역사 속을 걷는 듯한 분위기가 너무 좋다.

매표소에는 한국어가 적혀있는 방문객을 환영한다는 간판이 놓여있다. Hadrian’s wall의 최고 경치라는 곳이라서 그런지 주차장도 넓다. 매표소에서 유적지까지는 양들이 살고 있는 목초지가 있는 계곡을 통과해서 20여분 걸어가야 한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Houstead 유적지와 Hadrian’s wall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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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이라는 한글도 있는 간판이 너무 반갑게 느껴진다.

Hadrian’s wall은 중국의 만리장성처럼 높은 성곽으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능선 꼭대기를 따라 지어진 일정의 방어벽 같은 유물. 그 벽 위에 올라가니 바람이 세차게 분다. 이 벽을 따라 적과 아군으로 나뉘어 항상 긴장을 하고 있었을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 우리 휴전선의 긴장감이 연상된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긴장감마저 풍경 요소가 되고 주변의 황무지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되어 낭만의 장소가 되었다. 우리의 휴전선도 언젠가는 낭만의 장소가 될 것이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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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바람이 불고 있는 벽 위와 아래에 있는 유적지

이 벽을 지키던 군사들의 주둔지인 Houstead는 거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Hadrian’s wall 남쪽 경사지에 조성되어 있다. 지금은 터만이 남아 있어서 어떤 건물이 있었는지는 박물관 안내문을 읽어야만 알 수 있다. 작아서 귀여워 보이는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니 오후 2시가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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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 귀여운 박물관과 전시물들

이제 Hadrian’s wall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인 Carlise Castle로 향한다. 오늘 정박 후보지 GPS 좌표를 입력. 그런데 내비게이션인 Maps.Me가 이상한 지점으로 안내를 하는 바람에 3시 반이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피로가 갑자기 밀려온다. 이런 날에는 쉬어야 한다. 여유가 생긴 덕분에 아내는 오이김치도 담그고 찌개도 끓여서 즐거운 저녁 식사를 즐겼다. 이런 날이 참 좋다. 이렇게 편안하고 즐거운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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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ise Castle 주변에 있는 Bitts Park

Bitts 공원 정박지에서 그냥 늦은 오후를 다 쉰 덕분에 그다음 날 아침 일찍 여행을 시작. 공원 앞에 있는 Carlise Castle에 도착하니 아직 문을 열지 않고 있다. 9시가 조금 안되었는데 10시에 문을 연다고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사진을 확인해 보니 유적지 대부분이 10시부터 오픈을 하고 있었다.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리기보다는 그냥 들어가 볼 수 있는 곳까지만 들어가 보고 다음 여행을 준비하기로 했다. 마지막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언제가 실현될지는 모르지만 한반도의 희망을 상상하게 해 준 1박 2일의 영국 서쪽 해안에서 동쪽 해안까지 가로질러가는 Hadrian’s wall 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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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전시시설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시간에 가본 Carlise Castle. Carlise에서 서쪽으로 조금 더 가면 Hadrian's Wall의 마지막 지점이 나온다.

반가운 만남

이제부터는 남쪽으로 여행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주유소에서 기름도 가득 넣고 마트에 들러 필요로 하는 생필품을 구입.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한국인이세요라고 물어온다. 이곳으로 영국인 남편을 따라 이민을 와 살고 계시다고. 어디선가 한국어가 들려서 환청이 들리는 줄 아셨단다. 아마 나와 아내의 대화가 들렸던 모양. 가족과 친구들도 없고 한국인들이 거의 살지 않는 이곳 생활이 무척 힘드신 모양이다. 모국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반가우셨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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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ise 시내 풍경과 한국인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은 Carlise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이분에게 기쁜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다음 여행지로 출발. 다음 여행지는 Lake Districk 국립공원. 어떤 풍경이 우리를 안아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