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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May 11. 2021

이별과 재회 그리고 아직도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216 - 독일 함부르크와 부산

독일에서 배로 아톰 보내기

이별을 위해 탁송 회사 찾아가기

오늘(2019년 7월 31일)은 함부르크에서 캠핑카 아톰을 부산으로 보내기 위해 탁송회사를 방문해야 한다. 와덴 해 갯벌 유산 구역 풍경과 나비와의 놀이를 선사해준 캠핑장을 떠나 탁송회사에 도착. 차를 배에 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기름이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한다. 부산항에 내려서 주유소까지 갈 정도의 기름만 남겨달라고 해서 거리와 남은 기름의 양을 비교하면서 운전. 다행히도 적당한 양이 남았다.

우리가 선택한 탁송회사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LEE GLOBAL LOGISTICS). 이 회사 때문에 2년간 넘게 고생하게 될 줄은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사무실에 도착한 우리는 회사가 입주하고 있는 건물 앞에 있는 노상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사무실을 찾아본다. 그런데 사무실 찾기가 너무 어렵다. 결국에는 건물 수위 아저씨에게 부탁을 해서야 찾을 수 있었다.


독일에서 유심 개통해보기 - 단순 방문객은 불가능

우리를 맞이해준 사무실 직원은 매우 친절. 우리가 사 온 독일 유심도 개통까지 해주었다. 독일에서 유심을 사면 거주권이 있어야 개통이 가능한 듯하다. 거주권이 있는 직원이 현지 개통 담당 직원과 영상통화를 하는 등의 거주증을 보여주는 인증 과정을 거쳐서야 개통 완료. 이분에게는 정말로 감사.

관광객으로 방문해서 독일 유심을 구입하여 개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 유럽에서의 테러 사건 이후로 독일에서의 유심 개통이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하여튼 차 탁송에 관련한 서류에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사인을 해주었고 차를 창고에 직접 가져가 달라고 한다.

탁송회사 직원이 독일 유심 개통을 대신해주는 장면과 창고 주변 풍경

기록은 언제나 중요한 일이다

항구에 있는 창고회사로 가서 현지 직원에게 인계. 차 안에 있는 배터리를 전원을 빼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달 가까이 걸리는 운송 과정에서 배터리가 전부 방전될 수 있기 때문. 캠핑카의 직류전원 차단기를 내려도 될 듯 하지만 배터리 함에서 음극을 분리하는 것으로 조치. 차를 배에 실기 전에는 차 배터리도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컨테이너에 실기 위해서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차 배터리에 대한 조치를 자신들이 한다고 한다. 아쉽지만 이렇게 해서 아톰과 헤어져야 한다. 창고에서의 인수인계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 몇 장을 찍는다. 창고 담당 직원도 확인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이 나중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창고에 입고시키고 나서 차량 내부 짐 정리하는 모습

왠지 섭섭하다. 우리는 그날 함부르크 공항 근처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아침에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향했다.

창고 인근의 역에서 전철을 타고 호텔로 이동. 호텔 로비와 방에서 캠핑카 여행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맥주 한잔

배로 아톰을 보내는 이유는?

우리 유럽 서쪽 끝까지 다 여행을 하려면 생각보다 주행거리가 너무 길어지고 따라서 시간도 많이 걸렸기 때문에 캠핑카 여행 코스에서 제외하였다. 한국을 출발하기 전에는 그렇게 계획을 세웠지만 여행 중에 코스가 변경되면서 결국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빠지게 된 것. 아내는 너무 아쉬워해서 비행기 여행을 하자고 한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말이다. 조금 돈이 들더라도 그렇게 하자고 한다. 그래서 배로 아톰을 보내기로 한 것.

또 하나의 이유는 국제 운전면허증 유효기간 때문이다. 한국에서 발행한 국제 운전면허증 유효기간은 일 년이어서 아톰을 데리고 러시아를 통과해서 한국으로 가려면 가는 도중에 국제 운전면허증 유효기간이 지날 수 있기 때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대리인에게 위임장을 써주고 재발행해서 여행 중인 거주지에서 받으면 된다. 혹시 일 년 가까이 해외에서 운전을 하게 될 경우, 미리 준비를 하고 출국하면 좋을 듯하다. 앞으로 한국 운전면허증 자체가 국제 운전면허증이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3주 3개국 배낭여행은?

우리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뜨거운 여름과 소매치기도 당하고 유럽을 떠나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들렀다. 다시 시원한 여름을 보낸 우리는 3주간의 3개국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2019년 8월 21일 한국의 인천 공항에 도착.

한국의 습하고 더운 여름을 피하기 위해 시원한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왔는데 서울은 아직도 덥다.

포르투갈 여행
스페인 바로셀로나 여행
카자흐스탄 알마티 여행

부산항에서 아톰과 만나기

아톰과의 재회

이제 아톰과 만나는 날을 기다리면 된다. 아톰과 만나면 본격적으로 해남에서 정착할 준비 해야 한다.  기다리던 소식이 드디어 왔다. 9월 27일 부산 보세 창고에서 차를 인수하라고 한다. 문제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국의 대행 회사에서 연락을 받고 서울에서 KTX를 타고 부산 보세 창고 앞에 도착했는데 대행회사에서 연락이 온다. 아톰을 찾으려면 150만 원을 내야 한다고 한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이지. 독일에서 아톰을 찾기 위해서는 주차장 사용료 등으로 정도로 10-20 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든다고 해서 가볍게 내려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갑자기 150만 원이라니! 1년간 캠핑카 여행을 하면서 가지고 있는 여유자금도 거의 없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아내와도 연락이 안 된다. 화가 나면서 난감하다.


화가 난다

창고회사에서는 대행회사의 반출 허가증이 있어야 차를 내줄 수 있다고 한다. 대행회사는 150만 원을 일시불로 내야만 반출 허가증을 내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150만 원이라는 터무니없는 아니 독일에서 알려준 정보와 너무나 다른 금액에 화가 나 있다. 독일에서 지불한 돈이 400여 만원. 그러니 전체 비용이 550만 원이면 독일에서 천천히 아톰을 직접 데리고 와도 될 만한 금액이다. 매일매일을 저렴한 호텔에 머물며 캠핑카 여행을 해도 충분한 금액.

독일 탁송회사에서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기가 확인해보니 문제가 없는 금액이란다. 정말로 화가 난다. 그러면 독일에서 말한 금액은 어디로 간 것인가? 독일 회사는 소비자에게 무슨 정보를 알려준 것인가? 사실 독일 회사에게 차를 보내는 일정과 비용에 대한 정보를 배로 보내기 전 3달 전부터 요청했으나 금액 확정이 안된다는 이유를 들어 한 달 전에야 비용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하여튼, 결국에는 창고 문 닫기 바로 직전에 창고 담당 직원의 중재로 일부 금액을 송금하고 며칠 내로 잔금을 지불해주는 조건으로 아톰을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창고 담당 직원이 나에게 혹시 독일에서 차를 보낼 때 자동차에 찌그러진 사고가 있었는지 물어본다.

"아니요."

"그럼. 컨테이너에서 내리기 전에 차량 상태를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아니 이것은 무슨 말이지.

직원과 함께 아톰과 만나러 가본다. 저 멀리 아톰이 있는 컨테이너가 보인다. 아톰을 싣고 온 컨테이너는 특수 콘 테이너란다. 차가 커서 일반 컨테이너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란다. 창고 직원이 차 운전석과 보조석 밑을 가리킨다. 양쪽 일정한 지점에 유사한 충격이 가해진 것으로 보이는 찌그러짐 현상이 발견되었다.

특수 콘테이너에 올려져 있는 아톰의 하부가 찌그러져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보상은 독일 회사에서 처리해준다는 약속을 믿고 아톰을 데리고 저녁 늦게 나와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어준 해남으로 향했다.


아직도 적절한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독일 회사에서는 자신들의 선적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내용의 회신이 왔다. 참 기가 찰 일이다.

독일 회사가 보내온 독일 선적 전에 차량에 파손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진

차량 파손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증명하라

독일에서 보내온 사진은 컨테이너에 올려진 아톰. 이 사진은 부산항에서 아톰과 같은 상황임을 보여주는 증거로 충분. 그러나 컨테이너에 올려지기 전에 차량 파손이 있었다는 증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독일 회사는 자신들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한다.

이때부터 진짜 화가 난다. 그렇지만 화만 내면 지는 것. 다시 반론의 메일을 보냈다. 우선 창고에서 독일 담당 직원이 찍었던 사진을 보내 달라는 것. 창고 입고까지가 차주의 책임이고 그 이후에는 탁송회사의 책임이므로 차주의 책임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창고 입고 시에 차가 찌그러져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그로부터 며칠 후에 창고 회사 직원이 찍은 사진이 도착.

그 사진과 함부르크에 가기 전날에 찍은 사진을 종합해서 다시 메일을 보냈다. 창고에 입고하기 전에 차량 파손이 없음이 확실이 증명될 수 있는 부분과 차가 찌그러져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내용.

운전석 하부는 창고 입고시에 깔끔한 상태로 분명하게 확인되고 보조석 하부는 창고 입고시 상태 확인이 불가능. 단, 전날 캠핑장에서 찍은 사진에서는 문제 부분이 깔끔한 상태로 확인

결론적으로 차량 파손의 책임이 독일 회사에 있음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독일 회사는 보험회사에 청구를 해서 보상금을 준다고 한다. 독일 탁송 회사는 나에게 차량 수리비 견적서를 보내 달라고 해서 견적서 원본과 영문으로 번역하여 다시 발송.


보상금액은 독일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금액이란다

독일 회사 일처리가 너무 느리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 느리게 진행된다. 드디어 5개월 정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메일을 보냈더니 보험회사에서 독일 물류 관련 협약 조항을 들어 갈아야 할 부품의 kg 당 10유로를 줄 수 있고 최대치가 100유로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100유로를 추가로 해서 합계 200유로를 주겠다고 한다.

차 파손 사고 보상금이 부품의 kg 당 10유로라니! 또 한 번 화가 난다. 이때부터 차량 파손 보상 책임은 보험회사가 아닌 탁송회사에 있으며 탁송회사는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으면 되는 것. 그 금액이 소비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금액보다 크던 작은 것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 그리고 차량 파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차량 수리비 + 파손에 따른 차량 감가상각비 + 차량 운행 중지에 따른  피해" 등이 되어야 하지만 최소한의 차량 수리비는 주어야 한다고 주장. 그러나 독일 회사는 아무런 근거 없이 자신들이 줄 수 있는 금액의 최대치란다.

또다시 화가 난다. 합리적인 근거 제시 없이 자신들이 정한 금액이 보상할 수 있는 최대치란다.


합의 이후에도 또다시 화가 난다

3달이 넘는 것으로 생각되는 메일 공방을 통해 결국 350유로에 합의. 차량 수리비 70여만 원에 비해 상당히 낮은 금액. 마냥  길게 끌 수도 없는 법. 송금받을 계좌정보를 알려달라고 한다. 송금받을 계좌정보를 알려주었더니 2개월이 지나서야 해외에서 송금받을 수 있는 추가 정보를 알려달라고 한다. 또다시 화가 난다.

또다시 해외에서 송금받을 수 있는 계좌정보를 모두 보냈다. 그런데 2달 가까이 지나가고 있는데 메일도 열어보지 않고 아무런 소식도 없다. 또다시 화가 난다.

부산에서 아톰을 인수하고 나서 벌써 20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언제 350유로를 받을 수 있을까?

그래도 아톰은 해남 우리 작은 집에서 꽃들과 함께 행복한 날들을 지금까지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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