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41 - 리히텐슈타인
어젯밤에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밤을 멋진 고개에서 보내고 우리는 조 선생님 가족과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 중립국 리히텐 슈타인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출발하였다. 오늘은 조 선생님이 앞장을 서신다. 우리도 열심히 따라가야 한다. 나의 운전 실력으로는 나보다 열 살이나 많으신 조 선생님을 따라가기 힘들다.
험한 산맥을 넘어 리히텐슈타인 국경에 거의 도착할 즈음에 작은 마을 펠트 크릭이 나왔다. 조그만 더 가면 국경이 나온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마을에서 스위스 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오른쪽에 커다란 일요 마트가 열리고 있는 게 아닌가. 오스트리아에 들어올 때 좋은 기억이 있던 일요 마트. 오늘도 이곳에서 뜻밖의 선물이 기다릴 수도 있을지 모른다. 당연히 들러야 한다.
그런데 주차할 곳은 없고 차 길도 좁다. 주차할 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 천천히 진행해본다. 조금 지나니 넓은 공터가 있는 주유소가 나타난다. 아니 그런데 지금까지 봐온 주유소 중 가장 싼 주유소. 이제 스위스에 가면 더 비싸지겠지 하는 마음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가볍고 기쁜 마음으로 일요 마트로 향한다.
일요 마트는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지만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물건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마 유럽의 고풍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살만한 물건들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음식을 파는 곳도 있었는데 너무 사람이 많다. 한 바퀴를 다 돌아도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가야겠다."
정말 우리 눈을 크게 뜨게 하는 물건이 나타났다. 4개가 한 묶음으로 되어 있는 부탄가스 캔이 한쪽에 쌓여 있는 게 아닌가. 가격표를 보니 한 묶음에 5유로란다.
"아니! 이게 왜 여기에 있어? 너무 싼데."
정말로 놀라운 가격이다. 그리고 브루스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오스트리아에서 부탄가스 캔이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누군가가 팔지 못하고 떨이로 넘긴 것을 이분이 팔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모두 다 샀다. 4묶음. 그러니까 16개의 부탄가스 캔을. 비닐 백에 담긴 가스캔이 하나도 무겁지 않다. 너무나 횡재한 날이다. 싼 기름도 넣고 유럽에서 매우 비싼 부탄가스 캔을 이렇게 싼 가격에 사다니. 큰 선물을 받고 우리는 2018년 늦가을 오스트리아를 벗어나 리히텐슈타인으로 떠났다. 펠트 크릭을 벗어나 잠시 후, 작은 강의 다리를 건너니 리히텐슈타인이다.
내년 봄에 오스트리아 빈에 다시 올 것이다. 인스브루크에서 조 선생님 가족과 재회를 하는 일정 때문에 우리의 여행 계획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은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헝가리를 방문하고 남쪽으로 내려가려 했었다. 지금 우리는 그 남하 계획을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향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오스트리아는 입국하는 날부터 출국하는 날까지 선물을 연이어 내어 준 나라이다. 여행은 이렇게 작은 물건도 큰 기쁨을 주게 한다.
중립국 리히텐슈타인은 정말로 작은 나라다. 국방을 스위스에 의존하는 나라. 각종 조세피난처로 활용되는 나라. 인구는 4만 명이 안되고 국민 소득은 스위스보다 2배 정도 높은 나라(2018년 3월 기준, 약 17만 달러, 스위스는 약 8만 6천 달러 정도). 조금 궁금해진다. 그래서 잠깐 들러가 보기로 한다.
시직은 오스트리아 국경을 통과해서 스위스로 잠깐 들어간 다음 리히텐슈타인 수도 파두츠 Vaduz로 안내한다. 파두츠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니 시직이 다 왔단다. 아니, 우리가 가야 할 주차장까지는 멀었는데 말이다. 차를 세워놓고 다시 좌표를 입력해도 마찬가지. 왜 이럴까요? 정말 당황스럽다. 나중에 알고 보니, 리히텐슈타인 지도를 다운로드하여 놓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 선생님과 만나기로 했던 지점까지 가야 한다. 그래서 비장의 무기 구글을 이용해서 다시 출발. 이번에는 구글 내비가 차를 파두츠에 있는 성 위의 주차장으로 데려간다.
"아이고 여기가 아닌데!"
덕분에 성 위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도 사용하는 선물도 받았다. 그리고 저 아래 파두츠 시내도 구경하고 성도 둘러보았다. 다시 정확한 좌표를 찍어서 내려와 도착하니 두 분은 벌써 점심을 하셨다. 우리가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이다. 두 분에게 성 쪽에 있는 무료화장실을 가리켜 드리고 스위스 국경 넘어 정박지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우리는 잠시 시간을 내어 주변을 탐색한다. 주변 탐색은 이번 여행을 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아마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버릇 이리다. 이 도시에는 큰 건물은 없지만 대부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화려한 도시는 아니다.
"이 사람들은 많은 돈들을 어디에 사용할까? "
궁금해진다. 주차장 인근에 작은 유치원이 있었는데 그 뒤에 놀이터가 있다. 그리고 놀이터에 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할슈타트에서 물을 채우고 난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이제 거의 물탱크가 비어 가고 있다. 차를 수도가로 이동시킬 수 없다. 이럴 때를 대비한 비장의 무기가 있다. 그것은 자바라 20리터 물통. 몇 번의 수고를 통해서 나는 캠핑카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비상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5리터 빈 물통에도 채웠다. 약간의 고생으로 100리터의 물이 확보되었다. 또 며칠 동안 물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스위스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까지 선물을 받았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수도꼭지가 여행자에게는 정말로 감사한 존재이다.
캠핑카 여행은 작은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알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