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위험을 부른다!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39 -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by 류광민

서로 의지하며!

인스브루크 도심의 공용 주차장에서 첫날밤을 보낸 후, 아침에 이동한 곳은 인스브루크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 위의 무료 공용 주차장이다. 근처에 케이블카 승강장도 있고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 정류장도 바로 앞에 있다. 케이블카 승강장 화장실은 낮에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주위에는 몇 대의 캠핑카들이 정박하고 있다. 캠핑카들이 정박하고 있는 안쪽은 버스 길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어서 밤에는 매우 조용하다. 함께 오신 조 선생님 가족도 만족해하신다. 한국 번호판을 단 두대의 차가 나란히 서 있다. 서로 의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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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브루크

오늘은 에스토니아에서 갈아 낀 유심칩이 그 생명을 다한 날이어서 새로이 유심칩을 사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내에 다녀오기로 하고 오후에는 함께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목요일인데 오스트리아 국경일이라서 모든 가계가 문을 닫았다. 허탕을 치고 복귀. 도심 관광은 다른 날에 다시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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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부르크 도심 풍경

탄성! 탄성!

즐거운 마음으로 트레킹을 즐겨보자. 우리가 타고 돌아온 버스 뒤에는 자전거를 걸어 놓을 수 있는 시설이 달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산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양이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자전거 코스 중 하나를 골라 올라가 보기로 한다. 마을 길을 벗어나자마자 울창한 나무가 이어지는 넓은 자전거 코스가 나타난다. 물론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도 함께 이용한다. 겨울철에는 스키를 즐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산속에는 초보자용 산악자전거 코스도 있지만 정말로 아찔한 고난이도 코스도 함께 있었다. 정말로 산악자전거 천국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코스를 돌 때마다 새로운 모습의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난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숲 속에 비쳐주는 햇살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색을 사진기에 담는 경쟁이 펼쳐진다. 아내와 사모님은 새로운 풍경과 햇살을 만날때 마다 탄성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찍은 사진을 서로 비교하며 그 아름다움에 또 한 번 더 취한다. 문제는 그런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데 있었다.

오후에 출발했고 산속이라 가능하면 해가 지기 전에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하산해야 한다. 나는 속으로 케이블카 주차장에서 3km 정도 거리에 있는 휴게소까지 갔다가 내려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힘든 등반코스가 아니라 천천히 고도를 높이는 트레킹 코스니까 2시간 아니 충분히 쉬면서 가도 3시간 정도면 되겠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그렇다고 저렇게 좋아하는 두 사람의 흥을 깰 수도 없고. 나름, 빨리 가자고 재촉은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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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안내 및 다양한 트레킹 코스 안내도와 산악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 주변 풍경이 사진기를 누르게 만든다.


다행이다!

4시가 넘어가고 있다. 조금만 더 가면 내가 목표로 했던 휴게소가 나온다. 더 지체하면 내려갈 때 어두워질 것 같다. 속으로 조바심이 난다.


‘빨리 가야 돼요.’


아직도 이 두 분은 사진 찍기에 빠져 있다. 사실 트레킹 하기 좋기도 하지만 주변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길게 솟아 있는 날씬한 나무 숲도 그렇고 가끔 보여주는 단풍들, 저 멀리 보이는 흰색 설산의 모습까지 눈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다양한 풍경을 보여준다.

다행히도 아직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휴게소에 도착했다.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조금 쉬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휴게소 벤치에 앉아 다리를 쉬어본다. 저 멀리 산을 넘어가는 태양이 아름다운 석양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석양을 완전히 즐기다가는 큰일이 날 수도 있다. 이제 정말로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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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인 휴게소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가 서쪽 산에 걸려있다. 나의 조바심과 다르게 아내는 너무 행복해한다.

내려올 때에는 조금 가파르고 위험하지만 빠른 길로 가야 할 것 같다. 걸어왔던 길로 가면 안전할 수도 있지만 칠흑 같은 밤 길을 걸어가야 할 수도 있다. 다행히 집들이 보이는 근처까지는 전등을 사용하지 않고 내려 올 수 있었다. 잠깐이지만 핸드폰 라이트를 켜야만 하는 순간이 있었지만 말이다. 모두 안전하게 하산했다.


"다행이다. "


내 속이 타들어가는 시간이었다. 다음에 트레킹 할 때에는 반드시 오전에 출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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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인스부르크는 야경을 자랑하지만 산속은 어둠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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