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첫 일정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42 - 스위스

by 류광민

Walensee 호수가에서의 첫 정박

리히텐슈타인에서 스위스 국경 넘으면 나타나는 Walensee 호수. 기차역이 있는 이 작은 마을에 공용 무료 주차장이 있다. 본격적으로 스위스 여행을 하기 전에 하루 밤을 보내기로 했다. 호수는 커다란 바위 산 아래에 긴 선형으로 생겼다. 호수가 근처로 산책을 하면서 나는 왜 사람들이 "스위스! 스위스!" 하는지를 실감했다. 정말로 주변 풍경 어떤 곳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었다.

20181104_154743.jpg Walensee 호수와 마을 모습

기차역 아래로 난 터널을 통과하면 호수로 갈 수 있다. 호수가에는 주민들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간이 화장실도 있다. 요트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이나 관련 시설도 보인다.


"참 부럽다.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에서 요트를 여가 생활로 즐길 수 있다니 말이다."


호수가 한쪽에는 모닥불을 피울 수 있도록 마른나무가 쌓여 있는 곳도 있었다. 한번 조 선생님과 함께 바비큐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준비할게 너무 많다. 깔끔하게 포기하자!

다행히 밤에는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기 때문에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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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ensee 호수가 공용주차장과 기차역

무엇이 중요할까?

Walensee 호수 주차장에서 조용한 하루 밤을 보내고 나서 루체른으로 향하기로 했다. 루체른을 목적지로 정한 이유는 이제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있으면 겨울이 온다. 이제 10일 정도 스위스를 어떻게 여행할지를 놓고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스위스를 자동차로 여행할 때 고민되는 것 중 하나가 고속도로 통행권 구입 문제이다. 왜냐하면 스위스 고속도로는 일 년 이용권을 사야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는 10일권을 파는 것과 대비된다. 아니 왜, 스위스는 10일권을 팔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일 년 고속도로 이용권 가격은 2018년에 40 스위스 프랑 정도이다. 약 5만 원 정도. 우리는 며칠이나 고속도로를 이용할지 모른다. 우리의 계획대로 하면 2-3일 정도 탈지 모르겠다.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여행경비로 40유로 정도를 쓰고 있는 우리에게는 매우 큰돈이다.

스위스가 산악지대이니 일반도로로 다니면 고생 좀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고속도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내비에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Walensee 호수를 떠나 잠시 후, 정말 지옥의 문 입구까지 갈 만한 험한 낭떠러지 길로 안내를 한다. 겨우 차 한 대 지나갈 수 있는 절벽 위 좁은 길.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호수와 고속도로 풍경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목숨이 달린 상황이다. 몇 km 안 되는 길이지만 기어가는 속도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안 되겠다."


스위스에서는 반드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며칠 동안 고속도로를 이용할지 모르지만 일 년권의 비넷을 사기로 했다. 과감한 투자를 하기로 결정.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비넷을 사고 나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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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를 고속도로 우회로 설정했다가 죽음의 절벽에서 스위스 노동자분들의 도움을 받아 살아났다. 휴게소에서 구입한 스위스 고속도로 통행권. 위의 것은 오스트리아 통행권이다.


역시, 고속도로는 우리나라가 최고야!

오전에 한바탕 거사(?)를 치른 후에 고속도로를 이용해 루체른으로 달린다. 낭떠러지 길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한 고속도로를 달리니 많은 돈을 지불한 것을 정당화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인간은 항상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를 찾는 존재임을 나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스위스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처럼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취리히로 들어가기 전에 루체른으로 방향을 튼 이후, 고속도로가 갑자기 끝난다. 그리고 길은 높은 산 언덕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차 속도도 느려지고 운전하는데 약간 공포스럽다. 도로 폭도 그리 넓지 않다. 그 험한 커브 길에 많은 차들이 속도를 내면서 승용차와 많은 트럭들이 함께 달린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늦게 루체른에 도착했다. 스위스 고속도로를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동전이 없어서 힘든 저녁!

루체른 도심에서 가까운 호숫가에 있는 주차장을 정박지로 정하고 찾아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주차요금이 비싸다. 또 하나의 문제는 그 비용을 전부 동전으로 주차장 관리 기계에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머니에 동전이 없다. 참 난감한 일이다. 아직 우리는 스위스 프랑을 현금으로 찾지도 못했고 당연히 동전도 없다. 지금 문을 연 은행도 없는데 말이다. 오늘은 정말로 힘든 날이다. 그런데, 왜 카드 결제는 안되지 하는 의문이 든다.


"정말, 선진국이 맞나? "


하는 수 없다. 벌써 어두워졌다. 무료 주차가 가능한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네비가 가르쳐 준 무료 주차장 찾기가 이렇게 힘들까? 몇 바퀴를 돌았는데도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를 찾을 수가 없다. 너무 어두워지고 있다. 다른 장소를 더 이상 찾아 헤매는 것이 더 위험해 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하는 수 없이 언덕 위 마을 길가에 여유가 있는 주차장에 정박하기로 했다. 본의 아니게 마을 입구에서 정박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나름 조용하다.


"자기야, 오늘 정말 힘들었지?"


너무 늦은 시간 때문에 우리는 저녁으로 라면을 먹어야만 했다. 저녁이 라면이지만 그래도 감사한 일이다.

다음 날 아침에 루체른 시내 관광을 포기하고 먹을거리를 사들고 필라투스 산으로 올라갔다. 며칠 동안 정말 쉬어야겠다.


그런데 쉴 수는 있을까?


항상 처음 가는 길이라 내일 어떤 일이 또 벌어질지 모르겠다. 그냥 내일 일은 내일 해결되겠지!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냥 마음 편하게 오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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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늦게 도착한 루체른 도심. 동전만 받는 주차정산기 때문에 정박을 못한 정박지에서 도심 외곽으로 이동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