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여행 에세이 46 - 스위스 그린데발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했던 트레킹에 대한 좋은 추억을 스위스에서도 해보기로 한다. 케이블카가 운행하고 있으면 조금 더 높은 곳에 올라가 하산하는 편안한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스위스 그린데발트 시내에는 몇 개의 케이블카가 있다. 그런데 지금 비수기라서 모두 운행하지 않고 있다.
높은 산에서의 트레킹은 포기해야 하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정박지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걸려 있는 시내버스노선을 보니 버스가 산 높은 마을까지 운행하고 있다. 그럼 가장 높은 마을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내 마음대로 내려와 보자.
시내버스는 모두 그린데발트 역 앞에 있는 대형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타야 할 버스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가야 할 Klusi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자주 들렀던 생협 마트가 있는 건물 위에 있는 벤치에 앉아 여유를 부려본다.
동네 아이들 몇 명이 축구를 하려고 공을 들고 온다.
먼저 몸풀기부터 한다.
이게 다 학교 교육에서 이루어진 거겠지. 나는 어릴 때 동네 축구하면 무조건 뛰는 일부터 했는데 말이다. 한 30여분 미니 축구를 하더니 끝나고 집에 가려는 가 보다.
마무리 운동까지 하네.
나의 어린 시절에는 그냥 공 따라다니면서 뛰기만 했는데 이렇게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다니 참 부럽다.
시간이 되어 정류장에 가보니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목적지를 말하니 버스요금은 한 사람당 3.60 프랑이란다. 요금은 버스 운전사에게 직접 내면 된다. 관광객용 산악열차에 비하면 매우 싼 가격이다. 버스 운전사는 커다란 동전 가방에서 동전을 찾아 거스름을 준다. 이제 남은 일은 종점까지 가면 된다. 대부분 지역주민들이지만 간혹 우리와 같은 관광객도 보인다.
버스는 잘 정돈된 마을 이곳저곳에 사람들을 내려주면서 산 위로 올라간다. 산 위 길가 주변에 집들이 이어진다. 이렇게 30분 지나니까 마지막 지점에 대한 안내판이 보인다. 버스 한 대 정도 회전할 수 있는 마지막 종점에서 우리와 또 한 명의 주민이 함께 내린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보통 유명하다는 정해진 트레킹 코스를 따라가는 것도 아니다. 물론 트레킹 코스 안내판도 없다.
11월의 높은 산속인데도 아직 푸른 초지와 간혹 눈에 뜨이는 집들만 있을 뿐이다. 걷고 싶고 올라가고 싶은 만큼 시간을 보내다 가지고 온 점심도 먹고 적당한 시간이 될 때, 내려가면 된다. 오솔길 같은 좁은 길들이 우리를 산 위쪽으로 이끌고 있다.
아톰이 쉬고 있는 교회도 보인다. 빙하를 품은 고봉이 교회 앞에서 볼 때보다 더 뚜렷하게 보인다. 산 중턱에 홀로 서 있는 작은 집이 보인다. 그래 저 근처에서 점심 먹고 갈까.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없는 작은 집이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스위스에서 늘 그렇듯이 집 주변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여름에만 사용하는 집인지 아니면 지금 주인이 일 때문에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작은 마당에는 물이 나오는 수도가 있고 따뜻한 햇살이 가득 비친다. 여기에서도 알프스 설산 고봉들이 바로 눈 앞에 있다.
마당에 편한 의자와 테이블을 갖다 놓고 며칠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럼 그렇게 하면 되지. 비록 편한 의자와 이쁜 식탁보로 감싸인 테이블은 없지만 마당 앞에 편한 자리를 잡는다.
아무도 우리를 간섭하지 않는 이곳에서 스위스 설산을 바라보며 가져온 사과를 수도 물에 씻고 빵을 곁들여 점심을 한다. 이 집의 소유주는 아니지만 이 순간 이 공간과 시간의 주인은 바로 우리다.
한국에 돌아가도 이렇게 시간과 공간의 진짜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겠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아내와 나는 그 꿈을 꾸고 있다.
올라왔으니 이제 내려가 보자. 계곡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는 방향으로 길을 잡아본다. 교회로 가는 버스가 다니는 길도 나온다. 큰길을 피하고 샛길로 들어서니 트레킹 코스 안내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트레킹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올라오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우리의 정박지인 교회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트레킹 코스에 놓여 있는 벤치에 앉아서 아내와 나는 노래를 부른다.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어 마음껏 소리 높여 노래한다. 유명한 트레킹 코스도 아니지만, 아내와 내가 단둘이 이 스위스의 아름다운 산악 풍경, 마을 풍경을 마음껏 즐겼으면 그 것으로 충분하다. 그 행복함이 내 노래에 실려 있는 하루였다.
그린데발트에서의 자유로운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