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호수, 햇살의 하모니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47 - 스위스 시옹성

by 류광민

안전한 루트가 최선이야!

스위스 그린데발트에서 보낸 3일 밤을 마무리하고 오늘은 체르마트로 향한다. 그린데발트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길을 검색하니 일반도로로 가는 코스와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코스 두 개가 나온다. 지도에서 보면 일반도로에 비해 고속도로는 상당히 우회하는 코스이다. 그러나 주행 거리가 비슷하게 나온다. 이 말은 일반도로를 가면 매우 꼬불 꼬불한 길을 간다는 의미가 된다. 일반도로로 갈 경우에 스위스 여행 초기에 당했던 절벽 위를 주행하는 그런 일들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든다.


"그래. 안전한 코스로 가자."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체르마트로 가는 코스에 들릴 수 있는 시옹성에 잠깐 들린 후, 온천리조트가 있는 Saillon에서 하루 정박하기로 하고 계획을 세우고 출발한다. 대부분 우리는 하루에 한 곳 정도 방문을 하고 무리한 여행 스케줄을 잡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무리해서 움직이면 가능하지만 무리해서 가야 할 이유는 우리에게 없다. 단지, 12월 말까지(셍궨협정 90일 이내) 그리스를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아직은 11월이다. 사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조금 더 있으면 겨울이라는 것이다. 그 겨울만 피하는 정도의 일정에 무리가 없으면 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용한 주차 시계

오늘 첫 번째로 방문할 시옹성은 프랑스와 국경을 나누고 있는 레만호의 동쪽 끝에 있다. 시옹성에 가려면 몽트뢰(Montreux)라는 휴양도시를 거쳐가야 한다. 베른을 우회한 아톰이 로잔과 몽트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몽트뢰에는 레만 호를 따라 고급스러운 호텔들이 줄지어 서있다. 그 화려함을 차 안에서 즐겨야만 한다. 어디 쉽게 캠핑카를 주차시킬만한 곳은 없는 것 같다.

혼잡한 시내를 벗어나니 저 멀리 호수가 한쪽에 작은 성이 보인다. 길가에 마련된 공공 주차장에 차를 댄다. 너무나 많은 차들이 주차를 하는 곳이라 경찰들이 아예 상주하면서 제한 시간을 초과한 차량을 적발하고 있다. 이곳은 2시간 동안 만 무료이다. 차가 주차를 시작 한 시간을 표시해주는 주차 시계를 차 앞에 놓아야 한다. 나도 체코 트레본에서 사 온 주차 시계를 도착시간으로 수정해서 차 앞에 올려놓는다. 이제 두 시간 안에 돌아와야 한다. 아니면 벌금을 내야 한다. 친절하게도 종이로 만들어진 주차 시계가 없는 사람을 위해 경찰이 현장에서 판매도 하고 있다.

20181111_144124.jpg 시옹성 앞의 공용 주차장. 시간제한이 있음을 알려주는 안내 표지판이 저 멀리 보인다.

두 시간의 제약을 마음 껏 즐기자!

철길을 건너 시옹성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 포인터로 가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도 한 장, 짤칵. 마침 해가 남쪽으로 가 있어서 우리가 바라보는 호수 위에 서 있는 성이 매우 깨끗하게 찍힌다.

레만 호 건너편이 프랑스이고 여객선이 호수 근처 여러 도시들을 연결하고 있다. 아마 프랑스 쪽에서 오는 배도 있을 것이다.


"한번 타볼까! "


몽트뢰에 숙소를 정하는 경우에 한번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여객선을 타고 프랑스에 갔다가 스위스로 돌아오는 여정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두 시간이다. 아마 두 시간 넘으면 우리 차에 불법 주차 딱지가 붙어 있을 것이다. 그런 호사는 포기하고 시옹성으로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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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옹성 근처에 여객선 선착장이 있다. 이곳에서 호수 건너편 프랑스로 다니는 배가 있다.

호수를 따라 난 산책로가 시옹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사실 이 산책로를 통해 몽트뢰까지 걸아갈 수도 있다. 시옹성은 호수 위에 떠 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어느 쪽에서 사진을 찍어도 예쁘게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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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옹성 안을 들어가야 하는가가 문제이다. 성안 관람도 꽤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시간에 쫓기어 관람할 필요는 없을 듯. 대신에 주변에서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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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이 다 되어가는 지금 해가 일찍 진다. 해가 지기 전에 정박지에 도착해야 한다. 항상 여유 있게 시간을 가지고 이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생을 크게 할 수 있다. 이미 스위스 루체른에서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는가!

시옹 성과 호수의 아름다움을 여유롭게 즐기는데 벌써 두 시간이 다 지나가고 있다. 이제 출발해야 할 시간이다. 벌써 해가 서쪽으로 한참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