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노래가 저절로 난다!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48 - 스위스 Saillon

by 류광민

아쉬우면 하루 더 있지, 뭐!

오후에 시옹성을 출발한 우리는 Saillon에 있는 온천리조트 주차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조 선생님도 늦게 이곳으로 오셨다. 주변에는 높은 설산들이 길게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다. 그리고 이 계곡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포도밭이 있다. 지금까지 스위스 포도나무 농원은 산비탈에서만 보았는데 이곳은 평지에도 있다. 11월이 되니 포도나무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정박지는 온천리조트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이다. 캠핑카는 2일까지 무료로 주차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여러 대의 캠핑카가 먼저와 자리를 잡고 있다. 리조트는 호텔과 온천스파시설로 구분되어 있고 화장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주변이 모두 과수원이어서 매우 조용하다.

아내와 나는 고성이 있는 마을로 산책을 가본다. 과거 고성 마을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 있다. 몇 군데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민들이 현재 살고 있는 집들이다. 고성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알프스 설산 풍경과 전혀 다른 전원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냥 하루 밤만 보내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더 있기로 한다. 밤늦게 도착한 조 선생님과도 하루 더 이곳에서 지내고 체르마트로 가자는 일정에 합의했다.

온천 리조트 앞의 주차장과 마을에 있는 성 안내판. 일본어 통역사 자격증 소지자인 아내가 일어 안내글을 읽고 있다.
마을에 있는 고성으로 올라가는 길과 마을 풍경. 저녁이 되면 성에 조명이 들어온다. 나름 운치있는 풍경이 만들어진다.


햇살, 포도나무, 설산 고봉, 좁은 길, 걷는 사람이 풍경이 되는 곳

다음 날 오전에 마을 전망대 의자에 앉아서 차에서 가져온 따뜻한 커피를 여유롭게 마신다. 전망대 의자가 모두 우리 차지이다. 이 곳에서 보는 마을과 주변 계곡 풍경이 너무 좋다. 차 한잔의 호사스러운 여유를 즐기고 나서 우리는 포도농장 관리용 도로를 따라 트레킹을 즐겼다. 햇살이 뜨거워 입었던 두툼한 옷을 벗어야 했다.

따뜻한 햇살과 그 햇살을 받아 포도나무 잎이 빛나는 황금 색으로 가득 채워진 계곡 그리고 그 계곡을 따라 간간히 실선으로 보이는 길들이 여유로움을 더하고 저 멀리 흰 눈이 보이는 고봉들이 완벽한 풍경화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풍경화 속에서 걸어가는 두 여인(아내와 조 선생님 가족)의 뒷모습이 풍경화를 더 완벽하게 만든다.

루체른의 필라투스 산속 풍경, 그린데발트에서 만난 아이거 벽 앞의 푸르른 호수 풍경은 사진 속에서 상상 가능했던 풍경들이었다. 물론, 사진보다 현장에서의 감동이 더한 경우들이었지만 말이다.

지금 나와 아내는 스위스 여행을 준비하면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장소와 풍경 속에서 정말로 하루를 길게 즐기고 있다. 풍경이 주는 감동을 마음껏 즐기려고 천천히 걷는다. 가끔 포도나무에 남아 있는 포도도 따 먹어 본다. 마른 포도 알이지만 나름 단 맛이 남아 있다. 그런데 크게 먹을 것은 없다.

모든 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계곡이다.

아쉬운 호사!

저녁에는 야간 할인 티켓을 끊어서 온천 스파를 즐겼다. 실내에는 다양한 스파시설이 구비되어 있고 야외 온천 풀장까지도 운영되고 있다. 오래간만에 따뜻한 물로 이곳저곳 몸을 깨끗하게 씻고 야외 풀장으로 나가본다. 물이 그렇게 뜨겁지는 않지만 찬 공기를 느끼지 않을 정도는 된다.

실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스파를 즐기고 계신다. 아마 치료나 건강 관리를 주목적으로 이용하시는 듯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젊은 층들은 대부분 연인들끼리 야외로 나와 사랑을 즐긴다. 서로 꼭 껴 앉고 말이다.

나의 반쪽은 조 선생님 가족과 실내 온천 풀에서 온천을 즐기고 있다.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 한다. 그래, 나만이라고 이 분위기를 즐기자! 반쪽이 없어서 조금 아쉽지만 말이다.

야외 온천은 정말 오래 오래간만에 즐기는 것이다. 일본 여행할 때 노천온천을 즐겨본 적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기회가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호사이다. 우리는 오스트리아에 들어와서부터 지금 스위스 여행까지 3주 넘도록 호텔이나 캠핑장에 들어가지 않고 여행하고 있다. 제대로 된 목욕을 한 동안 못했다. 오늘 온천으로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다 날아간 기분이다.

조 선생님 가족과 2박 3일 함께 보낸 온천 리조트의 캠핑카 정박 주차장. 2일은 무료로 주차가 가능하다.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과 날씨 그리고 온천까지 즐긴 2박 3일.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