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부럽다!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49 - 스위스 마터호른

by 류광민

꼭 가야 하는 곳이야!

스위스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중 하나가 체르마트에 들러 유명 영화사의 배경 장면으로 유명한 마터호른을 보는 것이리라. 체르마트에는 아톰(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음)을 데리고 갈 수 없기 때문에 체르마트 전에 있는 타슈(Tasch) 역에서 기차를 타야 한다. 아침 일찍 도착하니 역 앞 주차장이 비어있다. 물론 유료. 스위스 물가를 고려할 때, 적당한 가격이다. 승용차라면 역에 붙어 있는 주차장을 이용해도 되지만 아톰은 키가 커서 들어가지 못한다.

비수기인지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지는 않다. 여기도 관광객 대부분은 중국인이고 그다음으로 한국인이다.

20181113_111310.jpg 타슈 역에서 체르마트 가는 기차를 타기 전

진짜 이유는?

타슈를 출발한 열차는 끊임없이 산 위로 올라간다. 도착한 체르마트에는 넓은 평지가 거의 없는 곳처럼 보인다. 전기자동차 이외의 차 진입을 금지한 이유가 사실 청정지역으로 관리하기 위함보다는 관광객이 몰고 오는 수많은 차량을 관리할 수 있는 조건이 안되기 때문은 아닐까 약간 의심해본다. 사실 언덕 아래에서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수많은 자동차가 다니고 있는데 그 자동차가 배출한 가스가 체르마트까지 확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혹시, 자동차 진입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 체르마트를 청정지역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라는 홍보가 사실 거짓은 아니었을까?"


그 이유야 무엇이든 카트 수준의 작은 전기차들만 다니기 때문에 소음이 없어서 거리를 걷는 게 편하다. 사실 길들이 좁아서 큰 차들이 다닐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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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마트 역 앞의 광장과 전기 자동차들


여기에서도 보인다!

마터호른에 올라가는 다양한 코스 중에서 우리는 역 앞에 있는 산악열차를 이용해 고르너그라트 역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기차 출발시간이 조금 남아서 마을 안쪽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작은 성당도 있고 아기자기한 카페는 물론 다양한 숙소들이 모두 이쁘게 보인다. 마을의 좁은 길을 벗어나니 마터호른이 완전히 모습을 보여준다.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시간이 없으면 이곳에서 마터호른을 즐겨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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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마트 시내 좁은 길과 마을 끝 쪽에서 바라다보는 마터호른

드디어 도착!

산악열차는 가끔 중간 역에 섰다 다시 출발하더니 사방이 흰 눈으로 덮인 산자락을 달린다. 시간이 충분하고 여름이라면 고르너그라트 역에서 트레킹 코스로 내려오다 힘들면 중간 역에서 다시 타고 내려와도 될 듯하다. 산악열차가 올라 갈수록 스키 슬로프가 여기저기에 보이고 마터호른도 조금씩 더 잘 보인다.

드디어 도착한 고르너그라트 역.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는다. 이곳 고도가 3,089미터니까 백두산 천지보다 높은 곳이다. 무리하면 고산증세가 올 수도 있는 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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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버리면 좋을 텐데!

고르너그라트 역 주변은 모두 흰 눈으로 덮여 있고 저 멀리 이색적인 뿔 모양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가진 마터호른이 선명하게 보인다. 마터호른 봉우리 근처에는 구름 한 점도 없다. 영화 시작의 한 장면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찍어도 저렇게 찍어도 모든 사진이 그림 같다.

역 위에 있는 휴게소와 천문대 쪽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가 보았다. 이곳에서는 사 방향으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 눈이 미 끌어서 가끔 넘어지는 분들이 있지만 다들 열심히 올라온다.

어떤 친구는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에 올라 이 자리는 내 자리야 하는 식으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친구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단념하고 가 버린다. 그 사람 욕하면서 갔겠지. 우리도 포기. 다른 데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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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도!

마터호른뿐만 아니라 주변에 엄청난 규모의 빙하와 산 아래 체르마트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전망 지점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이 곳은 공간에 여유가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내는 두꺼운 겨울 등산복을 벗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요가를 한다. 아이거 북벽 앞의 푸른 호수에서 했던 풍욕을 이곳에서도 하고 싶단다. 사람들이 많아서 다 벗지는 못하겠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한다. 마터호른이 저절로 아내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 그런 아내가 부럽다.

나는 남의 시선이 아닌 내면의 시선으로 행동하는 자유를 언제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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