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50 - 스위스
숨이 막힐 정도의 비경을 보여주었던 마터호른을 보고 내려와 타슈에서 출발한다. 타슈 주변에는 정박할 만한 적당한 곳이 없어서 산 아래 도시까지 가려고 한다.
타슈를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조 선생님 일행과 다시 만났다. 두 분은 자전거를 타고 타슈에서 체르마트까지 갔다가 지금 내려왔다고 하신다. 타슈에서 체르마트까지 거리(6km 정도)가 얼마 되지 않지만 계속 올라가는 경사이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다녀오셨단다. 60을 훨씬 넘기신 분들이 말이다. 두 분은 타슈에 있는 캠핑장에서 하루 정박하고 내일 마터호른에 다녀오실 예정이다. 아쉽지만 다시 이탈리아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 정박 예정지로 출발했다.
산 속이어서 인지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어둠이 내려온다. 너무 가파른 경사에 협곡 사이를 지나가는 길들이 계속 이어지니 야간 주행에 겁이 난다. 아직 목적지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작은 마을 입구 도로 옆에 넓은 빈 공터가 보인다. 찻길 옆이지만 오늘 여기서 자기로 한다. 그리고 다른 날보다 일찍 잠에 들었다.
그런데 잠시 후, 누군가가 뒷 문을 세게 두드린다. 순간 불안해진다.
우리가 응답이 없자 헤드라이트로 차 안을 비추기까지 한다. 가만히 보니 경찰이다. 안심을 하고 뒷 문을 여니까 경찰 2명이 와 있다. 그리고 자신들은 경찰이라고 제복의 경찰 마크를 보여준다. 그리고 몇 가지 물어보기 시작한다.
“너 영어 할 줄 아니?”
“응, 조금 할 줄 알아.”
“어느 나라에서 왔니?”
“한국에서 왔다.”
조금 놀라는 표정이다.
“여권 가지고 있니?”
“잠깐 기다려라.”
차에서 여권을 가지고 나와 보여준다. 한참 여권을 살피더니 되돌려 준다.
“지금 휴가 중이니?”
이 말은 ‘지금 여기에서 캠핑하려고 하려는 것은 아니니?’라는 의도로 이해되었다.
스위스에서는 아무 데나 캠핑을 하면 안 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철저하게 관리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여행 중이야.”
“왜 여기에서 자는 거니?”
“이탈리아에 가려고 하는데 밤이 되었다. 그런데 스위스 밤 길이 너무 위험하다. 그래서 여기에서 주차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내일 아침에 이탈리아로 갈 거다. 근데 여기 땅이 사유지니?”
아니, 내가 이렇게 긴 문장의 영어를 말하다니!
“그건 나도 몰라. 그럼 내일 아침에 이탈리아로 잘 가. 좋은 여행되기를 바래.”
위급하니까 잘 안되던 영어도 된다. 물론 유창한 영어가 아니라 단어들을 그냥 연결한 영어이다. 그래도 서로 잘 알아듣는다. 스위스 경찰과 그렇게 웃으며 헤어졌고 그날 밤 마음 편하게 잠을 잤다. 큰 길가였지만 밤에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