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알프스 산맥이야!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51 - 스위스

by 류광민

아톰아, 미안해!

2018년 11월 14일. 오늘은 스위스 마지막 여행지 체르마트를 떠나 이탈리아 밀라노로 넘어가는 날이다. 스위스 체르마트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기 위해서는 높은 알프스 산맥을 넘어야 한다. 체르마트에서 고도를 낮추어 Visp에 도착하면 차는 우회전하여 브리그로 향한다. Visp부터 밀라노 방향을 안내하는 도로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브리그를 통과하면 급경사 길이 끝날 줄 모르고 산 위로 이어진다.

아톰도 시속 40km 정도에서 자기 힘을 내고 있다. 다른 승용차들이 아톰을 모두 앞질러 간다. 아톰에게 빠른 속도를 요구하면 안 되지 하는 마음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사길 옆과 앞 그리고 뒤로 높은 설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3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다.


스키장은 아닌데 스키를 탄다!

낭떠러지 같은 곳에는 완전한 터널이 있거나 한쪽 방향은 터져 있는 터널들이 길들을 이어준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이 되면 차 운행 제한이 이루어질 것 같은 분위기이다. 분명 스키장 안내 표지판은 없다. 그런데 산 위에 아직 남아 있는 눈 위에서 스키를 즐기려는 분들이 자동차에서 내려 준비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아마 자연 눈에서 그대로 스키를 타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 높고 험한 곳에도 마을이 있고 버스정류장도 있다. 이런 높은 산속에, 마을도 보이지 않은 곳에 버스가 다닌다는 게 신기하다.


따뜻한 화장실!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이 언제 끝나지 할 즈음에 넓은 평지가 나타난다. 아마, 이곳이 일반 자동차가 갈 수 있는 도로는 가장 높은 곳인가 보다. 사방이 모두 흰 눈이다. 작은 호텔이 있고 그 앞에 넓은 주차장이 보인다. 이 추운 고산지대에 따뜻한 물이 나오는 공용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세찬 바람을 피해서

햇살은 따뜻한데 찬 바람이 매우 세게 분다. 저 멀리 작은 언덕 위에 독수리 모양의 조각상(Simplion Adler)이 그 바람을 의연하게 맞으며 서 있다. 차에 내려서 조각상까지 한번 가 보려는데 길이 미끄럽고 바람이 너무 세게 분다. 여름에 오면 정말로 푸른 알프스를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세찬 바람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밖에 서 있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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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 미터 이상이 되는 산들이 줄지어 서 있다. Simplion Adler가 알프스 산 언덕 바람을 지키고 있다.


아쉽지만 차 안으로 피신. 따뜻한 차 안에서 밖의 풍경을 감상해 보자. 창 밖에는 어제 보았던 마터호른을 마주하고 있는 고르너그라트 역 주변 분위기가 난다. 고르너그라트 역에서 체르마트까지 걸어 내려오는 트레킹 코스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여기도 바로 그런 분위기이다.


아내는 마터호른이 주변이 널려 있다고 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마터호른! 마터호른! 하는 욕심만 없다면 이 곳 알프스 산 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

우리는 시선에 욕심을 너무 내면서 사는 것 같아!"


그렇다. 우리는 너무 주어진 명성에 목메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디는 ‘꼭 가봐야 해’라는 것도 알고 보면 내가 정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스스로 정한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것이 정말로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처음 보는 표시판

여기서 너무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된다. 오후가 되면 이 길이 얼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면 참 난감해질 수 있다. 주변 경치가 너무나 아름답지만 따뜻할 때 산을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길에는 내가 처음 본 도로교통 안내표시가 줄 늘어서 있다. 자동차 브레이크에 불이 붙어 있는 표시. 급경사길을 오래 동안 내려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브레이크를 밟게 되고 그 열로 불이 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이미 인터라켄 가는 길에 한번 경험해 봤다. 이 표지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상당한 거리를 급경사로 내려가야 하는가 보다. 그래서 이번에는 브레이크 대신 엔진 브레이크를 걸면서 내려왔다. 정말로 10여 분이상 급경사 길을 내려가기만 했다. 다행히 브레이크 패드에서 연기는 나지 않는다.

그리고 높은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사방에 널려 있고 낮에도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바위 협곡을 지나자 이탈리아 국경도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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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탈리아다. 언제 스위스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위기도 많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웠던 스위스가 아쉬워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