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투스 산에서 살다!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43 - 스위스 필라투스 산

by 류광민

쉬는 것이 더 좋다!

스위스 루체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반드시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도심관광이고 또 하나는 루체른 호수 주변의 등산열차를 타는 일이다. 많이 찾는 등산 열차는 리기산과 필라투스 산악열차이다. 루체른 도심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나무다리 카펠교와 프랑스혁명 당시 루이 16세를 마지막까지 지켰던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해 만든 빈사의 사자상이 유명하다.

우리는 이 중에 어느 것도 하지 않고 산에서 무조건 쉬어보려 한다. 어제 스위스 여행 두 번째 날,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고 밤에는 루체른 시내에서 적당한 정박지를 찾지 못해 늦은 시간까지 밤길을 누벼야만 했다.

"정말로 쉬고 싶다."

지금 가장 편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필라투스산이다. 우리는 산 중턱에 자리를 잡고 가벼운 트레킹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2박 3일 동안 쉬었다.


이곳이 명당이야!

캠핑카 아톰이 자리 잡은 곳은 루체른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저 멀리 리기산도 가까이 보이는 명당자리다. 필라투스 산 뒤로는 정상으로 곤돌라가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의 정박지에는 가끔 개를 산책시키기 위해 오시는 지역주민들이 있을 뿐 어느 누구도 간섭하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여기서는 필라투스 산의 트레킹 코스나 산속 위로 올라가는 자동차 도로와도 가까워서 가벼운 산책이 언제나 가능하다.

밤에는 저 멀리 도시 불빛이 보이고 까만 밤하늘에는 별들이 빼곡하게 박혀 있다. 낮에는 캠핑카 창문을 가리고 있는 가림막도 올려놓고 항상 바깥 풍경을 즐긴다. 그리고 항상 따뜻한 햇살이 아톰을 비춘다. 그 햇살을 이용해 5리터 물통의 물도 데운다. 아내와 나는 그 5리터의 물로 머리를 감는다.

아! 너무 시원하고 상쾌하다. 여자 1명과 남자 1명이 5리터의 물로 그것도 햇살만으로 미지근하게 데워서 머리를 감을 수 있다니 말이다. 신기의 기술이다.
아침에 만난 루체른 호수의 새들.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필라투스 산으로 올라가는 길과 정박지

심심해서 왼쪽, 오른쪽, 위, 아래로!

사온 식재료로 식사를 하고 남는 시간이 지루하면 언제든지 밖으로 나와 걷는다. 한 번은 왼쪽으로 해서 산 위로 올라가 본다. 차 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조그마한 움막이 나타난다. 아마 이 집은 이 지역주민들이 휴가 기간에 가족들이 와서 놀다 가는 곳인가 보다. 주인 없는 집에 있는 의자에 앉아 쉬어본다.

풀이 아직도 푸르러서 늦가을이 왔는지를 깜박하게 한다. 우연히 만난 움막

또 심심하면 다른 쪽으로 걸어가 본다. 이 길은 다른 쪽의 차도와 연결되고 이 길을 더 따라 가면 루체른 시내와도 연결이 되는 가 보다. 어느 집 앞으로 가보니 전깃줄이 처져 있는 우리 안쪽에 있는 소들이 이방인인 우리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더니 갑자기 커다란 소들이 우리 쪽으로 걸어온다. 아내는 겁이 나는지 빨리 가잔다. 사실 저 소들은 전깃줄을 넘어오지 못하는데 말이지.

"하옇튼 겁이 많은 내 아내, 조금은 귀엽다. "


또 심심하면 산 위 방향으로 산책로를 잡아본다. 산길이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그런데 어떤 할머니분들이 올라오고 계신다. 한참이나 수다를 떠시다가 자리를 뜨신다.

필라투스 산이 저 멀리보이고 루체른 호수, 리기산도 보인다. 햇살에 단풍이 아름답게 빛난다.

또 심심하면 이번에는 아래 마을 쪽으로 산책을 다녀온다. 사실 정박지에서 마을까지는 그리 멀지 않지만 경사가 있어서 꽤 먼 거리를 걸어가야 한다. 마을 위쪽에 있는 집들은 모두 작은 초지를 가지고 있다. 몇 마리의 닭을 키우는 집도 있다.

그런데 마을 위쪽에 평평한 주차장이 있다. 정말로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밤을 보내면 야경이 정말로 멋있을 것 같다. 그날 밤에 우리는 산 중턱에서 내려와 하루 밤을 보냈다. 조 선생님 댁이 오늘 여기로 오시기로 했는데 리기산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서 못 오신단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우리만 즐기는 것이 아쉽지만 다음 목적지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다.

아래로 내려가면 루체른 호수가 한 눈에 들어오는 마을과 만난다.
누구는 어디를 가면 반드시 가봐야 하고 해야 할 일이 있을 수 있다. 우리 부부는 그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그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여행이 나는 참 좋다. 그래서 필라투스 산 속 2박 3일간 휴식의 자유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