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시선이 머무는 곳
그곳에 마음도 머뭅니다.
동네 작은 공원에 피어난 개망초는
역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주변의 풀꽃들은 가뭄으로 힘들어 하지만
이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작고 예쁜 꽃들을 피워냅니다.
잡초지만 여름 들녘을
환하게 밝혀주는 꽃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또한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늦은 봄부터 피기 시작한 꽃은
늦은 가을까지도 남아
꽃이 없는 시기를 메꾸어줍니다.
두해살이풀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초여름에
꽃이 핀 다음에는 말라죽어 버리면
씨앗이 떨어져 또 새싹이 자랍니다.
홀로 피었을 때보다는
여럿이 함께 피어 바람에 흔들릴 때
존재감이 더 드러나는 꽃들입니다.
그래도 저는
가까이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듯 들여다볼 때가
더 아름답고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 김선굉
낙동강 긴 언덕을 따라 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
푸르게 흐르는 강물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고 작은 꽃들이 키를 다투며 마구 피어나서
바람에 몸 흔들며 푸른 하늘을 받들고 있다.
白衣의 억조창생이 한 데 모여 사는 것 같다.
한 채의 장엄한 은하가 흐르는 것 같기도 하고,
흰 구름이 내려와 앉은 것 같기도 하다.
모여서 아름다운 것 가운데 이만한 것 잘 없으리라.
이따금 강바람 솟구쳐 언덕을 불어갈 때마다,
꽃들은 소스라치듯 세차게 몸 흔들며 아우성쳤다.
바람은 낱낱이 꽃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며,
호명된 꽃들은 저요, 저요, 환호하는 것이었다.
저 지천의 개망초꽃들에게 낱낱이 이름이 있었던가.
바람은 거듭 꽃들의 이름을 부르며 불어가고
꽃들은 자지러지며 하얗게 아우성치는 것이었다.
그 놀라운 광경에 넋을 빼앗긴 내 입에서
무슨 넋두리처럼 이런 탄식이 흘러나왔다.
-詩人은 좆도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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