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머무는 곳-23

개망초

by 박용기
121_4870-c-s-Where my eyes-23.jpg 시선이 머무는 곳-23, 개망초


시선이 머무는 곳
그곳에 마음도 머뭅니다.

동네 작은 공원에 피어난 개망초는

역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주변의 풀꽃들은 가뭄으로 힘들어 하지만

이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작고 예쁜 꽃들을 피워냅니다.


잡초지만 여름 들녘을

환하게 밝혀주는 꽃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또한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늦은 봄부터 피기 시작한 꽃은

늦은 가을까지도 남아

꽃이 없는 시기를 메꾸어줍니다.


두해살이풀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초여름에

꽃이 핀 다음에는 말라죽어 버리면

씨앗이 떨어져 또 새싹이 자랍니다.


홀로 피었을 때보다는

여럿이 함께 피어 바람에 흔들릴 때

존재감이 더 드러나는 꽃들입니다.


그래도 저는

가까이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듯 들여다볼 때가

더 아름답고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 김선굉


낙동강 긴 언덕을 따라 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

푸르게 흐르는 강물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고 작은 꽃들이 키를 다투며 마구 피어나서

바람에 몸 흔들며 푸른 하늘을 받들고 있다.

白衣의 억조창생이 한 데 모여 사는 것 같다.

한 채의 장엄한 은하가 흐르는 것 같기도 하고,

흰 구름이 내려와 앉은 것 같기도 하다.

모여서 아름다운 것 가운데 이만한 것 잘 없으리라.

이따금 강바람 솟구쳐 언덕을 불어갈 때마다,

꽃들은 소스라치듯 세차게 몸 흔들며 아우성쳤다.

바람은 낱낱이 꽃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며,

호명된 꽃들은 저요, 저요, 환호하는 것이었다.

저 지천의 개망초꽃들에게 낱낱이 이름이 있었던가.

바람은 거듭 꽃들의 이름을 부르며 불어가고

꽃들은 자지러지며 하얗게 아우성치는 것이었다.

그 놀라운 광경에 넋을 빼앗긴 내 입에서

무슨 넋두리처럼 이런 탄식이 흘러나왔다.

-詩人은 좆도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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