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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un 18. 2022

시선이 머무는 곳-25

개망초와 나비

시선이 머무는 곳-25, 개망초와 나비


시선이 머무는 곳  
그곳에 마음도 머뭅니다.


동네 작은 공원 한쪽은 풀밭인데

그곳엔 개망초가 가득 피어있었습니다.

때마침 흰나비 한 마리가

가득 핀 꽃에서 꽃으로 옮겨 다니며

꿀을 먹느라 분주했습니다.


여러 장을 사진에 담았는데

집에 돌아와 컴퓨터로 확인을 해보니

불행히도 마음에 들게 찍힌 사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며칠 뒤 다시 그곳을 찾았습니다.

이번엔 작심을 하고.


그런데 아뿔싸.

그 사이에 개망초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아마 공원을 관리하는 구청 직원이

잡초가 우거졌다고 모두 베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할 수 없이 다시 며칠 전에 찍은 사진 중에서

가장 은 사진 한 장을 골라보았습니다.


나에겐 훌륭한 들꽃이지만

공원 관리인에게는

쓸데없는 잡초가 된 개망초.


나에게는 소중한 많은 것들이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고 쓸데없는 것일 수 있다는

또 한 번의 깨달음을 얻습니다.


어릴 적의 잔잔한 추억들,

젊은 날의 꿈들,

그리고 아름답다고 느끼며 찍는 나의 사진들.


개망초 꽃이 사라진

텅 빈 풀밭 위로

공허한 빈 공간만이 가득했습니다.





개망초/ 목필균


돌아가지 않으리라

내 유년의 뜰에


번들거리는 윤기 바르고

돌아오리란 약속

모진 바람에 무너져 버리고

흐려진 눈

주름진 이마

거친 목소리

삐그덕거리는 관절로

돌아보네


나팔꽃 덩굴손으로 넘어서는

오래오래 묵은 기억들


채송화, 봉숭아, 백일홍

여름내 지천으로 피어나던

꽃고무신의 유년은

어디로 흩어져 갔는지


잡풀 우거진 뜨락에

개망초만 어깨를 부딪치며

바람 소리 듣고 있는데

돌아오지도 떠나지도 못하는

마음만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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