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정원-2

자주달개비

by 박용기
여름 정원-2, 자주달개비
꽃은 가까이에서 보아도 아름답지만
조금 떨어져 바라보는 것도 아름답습니다.


한동안은

자주달개비의 보랏빛 수술과

그 위로 솟아오른 노란 암술을

아주 가까이 클로즈업해서

사진에 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떨어져

이 아이들의 자태를 사진에 담았습니다.


가까이 클로스업을 하기 위해서는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도록

삼각대에 올려놓고

숨을 죽여가며 여러 장을 사진에 담아야 하는데,

요즘은 삼각대가 무겁고 거추장스러워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를 걸면서 꽃의 표정을 담는 일도

즐거운 일이지만,

조금 떨어져 지켜보면서

사색에 잠긴 꽃을 사진에 담는 일도

즐겁습니다.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보는 일,

즉 관조(觀照)의 즐거움을 느껴봅니다.


때로는

자신도 이렇게 제삼자의 입장에서

떨어져 바라보는 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꽃잎 /이정하


그대를 영원히 간직하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은

어쩌면 그대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쓸데없는 집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그 마음마저 버려야

비로소 그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음을..

사랑은 그대를 내게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 버리는 것임을..

오늘 아침 맑게 피어나는 채송화 꽃잎을 보고

나는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 꽃잎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은

햇살을 받치고 떠 있는 자줏빛 모양새가 아니라

자신을 통해 씨앗을 잉태하는,

그리하여 씨앗이 영글면 훌훌 자신을 털어 버리는

그 헌신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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