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달개비
자주달개비는 저에게
여름이 왔다는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전에 일하던 연구소에서
아침 산책길에 이 꽃을 만나면
아~ 여름이 왔구나 하며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곤 했습니다.
실제로 꽃들은 계절을 알리는
메신저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환경 상태나
방사능 물질의 유무를 알리는 지표로도 사용됩니다.
자주달개비(紫朱-) 혹은 자주닭개비는
닭의장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Tradescantia reflexa이며,
양달개비, 자로초 등으로도 불립니다.
그리고
라돈의 지표식물이기 합니다.
자주달개비는 보통 자주색을 띠지만
주기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됐을 경우
꽃잎이 분홍색이나 무색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자주달개비의 우성 형질은 자주색인데,
방사선에 노출되면 자주색인 우성 형질이 손상되고
분홍색을 발현하는 열성 형질이 표현형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합니다.
만일 방사선에 의해 우성 및 열성 형질 모두가 손상될 경우에도
꽃잎이 무색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꽃은 자주보다 오히려 violet에 가까운 보랏빛입니다.
다행히 방사선 걱정은 없는 곳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꽃과 함께 찾아온
6월의 초여름의 더위는
그야말로 심상찮은 올여름을 예고하는 것 같아
그리 반갑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청량한 녹색 배경과
우아한 보랏빛의 꽃,
마치 누리호의 성공을 축하하듯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풀잎,
그리고 앞으로 가득 피어날
다닥다닥 매달린 꽃봉오리들이 어울린
초여름의 아름다움입니다.
심상찮은 초여름/ 권오범
초목들 건강을 위하여
태양이 제가 낳은 그림자를
최대한 끌어당기자
아가씨들 옷이 덩달아 짧아졌다
그냥이 아니고 더러 경쟁적으로
야들야들한 속
적나라하게 들어내고 싶어
철딱서니 없게 안달한다는 것
허술한 매무새 피할 수 없어 훔쳐본 날부터
눈치 빠른 하늘 벌써 죗값 결정했는지
비틀지도 않고 은근히 몸 쥐어 짜
갈수록 더 호졸근해지는 마음
예년에 비해 터무니없이 서두르는 것이
아마 부여받은 기간 내내
가마솥 여물처럼
속속들이 삶아대려고 작정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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