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국화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사라져가는 것들은
무언가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아니
아름답게 사라지는 것들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물 없는 작은 화병에 꽃힌
마른 수레국화도
아름다워 서럽습니다.
류시화 시인은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가버린 것,
시들어가는 것,
그리고 늙어가는 것
슬퍼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하지만
가버리기 전에
시들기 전에
그리고 더 늙어지기 전에
슬퍼하지 말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다/ 류시화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해마다 숫자가 줄어드는 바다거북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붉은머리두루미
풋눈 내려 뭇별들 얼굴 시릴 때
솜옷 꺼내 입고 흩어져 날던 쇠기러기 떼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이마에 부딪치는 늦반딧불이
아침마다 나뭇가지 흔들며
왜 늦게 일어나느냐고 나무라던 긴꼬리딱새
두 손 땅에 짚고 물그러미 쳐다보던 두꺼비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가시덤불 속에서 돋움발로 웃던 흰제비꽃
손 내밀어 외로움 붙잡아 주던 하늘나리
마음의 작은 흉터들 위로
빛을 물어다 주던 노랑부리멧새
우리 자신을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그때는 몰랐던
상실 후에 알게 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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