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정원-22

접시꽃

by 박용기
여름 정원-22, 접시꽃


여름 정원을 지키는 지킴이
접시꽃입니다.


한밭수목원 서원 상수리나무 숲길을 지나

명상의 숲 쪽으로 들어가면

고즈넉한 여름 정원을 지키는

키 큰 접시꽃이 몇 그루 있습니다.


언제 벌써 그 많은 꽃들을 피워냈는지

긴 꽃대의 아래쪽에는

씨들이 여물어가고

꽃대의 끝 부분에

가로등처럼 붉은 등을 켜고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반겨줍니다.


접시꽃의 키가 큰만큼

여름이 깊어지고

맺힌 씨앗들만큼

여름이 익어갑니다.


키가 크고

생각이 익어가는 일

성숙해지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늙어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가 지나고

해가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는 7월

여름 정원도

절정을 지나

서서히 내리막길에 접어듭니다.




접시꽃 그대/ 유응교


꼿꼿한 자태로 서서

올곧게 살다가


청초한 마음으로 피어

청결한 마음으로 살다가


비어둔 자세로 마주 서서

채움이 없는 자세로 있다가


홀연히 비어있는 자신이 서러워

당신을 그리며 비에 젖어 울다가


별빛아래 가만히 이슬을 받아

해 뜨기 전 당신께 바치려다가


빠알간 사랑 하얀 이별로

오늘도 슬픈 눈물을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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