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용기 Aug 17. 2022

여름 정원-30

목화 꽃

여름 정원-30, 목화 꽃-1


여름 정원에 피어난
하얀 목화꽃


어릴 때 전 시골에서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 혼자 8남매 자식 농사와 함께

작은 농사도 지으셨습니다. 


집은 가난해 논과 밭이 없어

남의 밭을 빌려 보리, 감자, 고구마, 콩, 참깨, 들깨 등의

농사를 지으셨습니다.

언젠가는 목화도 심어 

일하시는 어머니를 따라가 

그 목화밭에서 놀았던 기억도 어렴풋이 납니다.


목화 꽃이 하얗게 피고 

분홍빛으로 물들어 지고 나면

열매가 열리는데,

이 열매를 목화 다래라고 합니다. 

이 열매가 여물면 갈라져 

하얀 솜털이 가득 담긴 목화솜 속에 

문익점 선생께서 가져오셨다는

목화씨가 들어 있게 됩니다.


그런데 목화 다래는 

먹을 수 있고 달콤한 맛이 납니다. 

가끔씩 어머니는 옆에서 놀고 있는 저에게 

이 다래를 따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간식거리가 따로 없던 배고픈 시절에는

달달한 목화 다래가 참 맛있게 느껴졌겠지요.


그때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니

목화 다래를 따먹으면

그만큼 나중에 수확할 

목화솜의 양이 줄어들 테니

저에게 따주신 목화 다래를

어머니는 못 드셨을 것 같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때의 목화밭을 떠올리다 보니

달달한 목화 다래와 함께

땀 흘리며 힘겹게 일하시던 어머니 모습이 보여

가슴이 저려옵니다.


이 여름에 만난 목화 꽃 한 송이 속에

그리움과 미안함으로 가슴 저리게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여름 정원-30, 목화 꽃-2




목화는 두번꽃이 핀다 /박노해

 

꽃은 단 한 번 핀다는데

꽃시절이 험해서

채 피지 못한 꽃들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꽃잎 떨군 자리에

아프게 익어 다시 피는

목화는 한 생에 두 번 꽃이 핀다네

 

봄날 피는 꽃만이 꽃이랴

눈부신 꽃만이 꽃이랴

 

꽃시절 다 바치고 다시 한 번

앙상히 말라가는 온몸으로

남은생을 다 바쳐 피워가는 꽃

패배를 패배시킨 투혼의 꽃

슬프도록 환한 목화꽃이여

 

이 목숨의 꽃 바쳐

세상이 따뜻하다면

그대 마음도 하얀 솜꽃처럼

깨끗하고 포근하다면

나 기꺼이 밭둑에 쓰러지겠네

 

앙상한 뼈마디로 메말라가며

순결한 솜꽃 피워 바치겠네

춥고 가난한 날의

그대 따스하라




#여름_정원 #목화_꽃 #목화_다래 #어릴때_추억 #어머니 #그리움 #미안함 #2022년

작가의 이전글 Made in nature-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