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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Sep 06. 2022

Made in nature-21

풀잎과 빗방울

Made in nature-21, 풀잎과 빗방울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400s, ISO 400



여름을 몰고 가는 비바람이 붑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엔

빗방울이 맺혔다 떨어지곤 합니다. 


카메라를 들고

풀잎 앞에 앉아 빗방울에 초점을 맞춥니다. 

풀잎을 휙 흔들고 가는 바람이

초점을 흩트립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리다 보면

때로는 잠시 바람이 숨을 참는 동안

물방울들이 초점에 들어옵니다. 


마구 흔들린 많은 사진들을 버리고

쓸만한 사진 몇 장을 건집니다. 

그래도 흐뭇하고 행복합니다. 


풀잎의 초록을 좋아하고

그 위에 맺힌 투명한 물방울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삶은 어쩌면 이렇게

시행착오 속에 간간이 찾아오는

작은 행복으로 인해

살만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작은 행복을 위해

오늘도 빗 속에서 셔터를 누릅니다.





풀잎/ 이준관   


나는 

풀잎을 사랑한다. 

뿌리까지 뽑으려는 

바람의 기세에도 

눈썹 치켜올리는 

그 서릿발같은 마음 하나로 

참고 버티는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빗물에 휩쓸려간 자국도 

푸르게 메워내고 

겨울에 얼어죽는 부분도 

입김을 불어넣고 

뺨을 비벼주어 

다시 푸르게 살려내는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아침이면 이슬을 뿜어 올려 

그 이슬 속을 

새소리 왁자하게 밀려나오게 하고 

착하디착한 햇빛을 받으러 

하늘로 

올려보는 조그만 손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가만히 허리를 일으켜 세워주면 

날아가고 싶어 

날아가고 싶어 

바람에 온 몸을 문질러 보는 

초록빛 새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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