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과 빗방울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400s, ISO 400
여름을 몰고 가는 비바람이 붑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엔
빗방울이 맺혔다 떨어지곤 합니다.
카메라를 들고
풀잎 앞에 앉아 빗방울에 초점을 맞춥니다.
풀잎을 휙 흔들고 가는 바람이
초점을 흩트립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리다 보면
때로는 잠시 바람이 숨을 참는 동안
물방울들이 초점에 들어옵니다.
마구 흔들린 많은 사진들을 버리고
쓸만한 사진 몇 장을 건집니다.
그래도 흐뭇하고 행복합니다.
풀잎의 초록을 좋아하고
그 위에 맺힌 투명한 물방울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삶은 어쩌면 이렇게
시행착오 속에 간간이 찾아오는
작은 행복으로 인해
살만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작은 행복을 위해
오늘도 빗 속에서 셔터를 누릅니다.
풀잎/ 이준관
나는
풀잎을 사랑한다.
뿌리까지 뽑으려는
바람의 기세에도
눈썹 치켜올리는
그 서릿발같은 마음 하나로
참고 버티는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빗물에 휩쓸려간 자국도
푸르게 메워내고
겨울에 얼어죽는 부분도
입김을 불어넣고
뺨을 비벼주어
다시 푸르게 살려내는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아침이면 이슬을 뿜어 올려
그 이슬 속을
새소리 왁자하게 밀려나오게 하고
착하디착한 햇빛을 받으러
하늘로
올려보는 조그만 손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가만히 허리를 일으켜 세워주면
날아가고 싶어
날아가고 싶어
바람에 온 몸을 문질러 보는
초록빛 새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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