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정원-40

나도개피

by 박용기
122_0928-32-st-s-Summer garden-40.jpg 여름 정원-40, 나도개피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lens

100mm, ƒ/3.5, 1/500s, ISO 200



밤새 내린 비가 풀꽃에 대롱대롱 맺혔습니다.


특이하게 한쪽으로만 꽃대가 매달린

'나도개피'라는 풀입니다.

벼과에 속하는 풀로

여름 풀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입니다.

학명은 Eriochloa villosa

영어 이름은 Hairy Cupgrass입니다.


대롱대롱 매달린 물방울들이

마치 악보의 음표들처럼 보입니다.

건드리면 맑은 음악 소리가 들릴 것만 같습니다.

바하의 미뉴엣 같은.


아침에 만난 나도개피는

참 신선하고 새롭지만,

해가 나고 바람이 불어

빗방울들을 다 떨구고 나면,

그저 평범한 어제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한평생 연습만 하다

오늘도 미완성이라는

바하의 미뉴엣을 연주하는 시인 같은

우리의 삶이지만


이른 아침이라도 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물방울을 매단 나도개피처럼.




바하의 비/최가림


비오는 날에는 아무래도 바하의 미뉴엣이 제일이다

촘촘히 그려진 음표 중에 하나라도 놓치면 나의 연주는 망친다


한평생 연습만 하다 끝나버릴지도 모르는 난해하기만 한 생의 음표들,

몸과 마음을 다 던져 연습한 한 곡조차 능숙하지 못한 손놀림,

마음에서는 검은 구름이 스믈스믈 올라온


도도도 레레레 미미미 ...더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악보들은 점점 흘러내려 흔적도 없이 흐믈흐믈 사라져 버린다


비는 박자도 맞지 않는 리듬을 창문에 대고 두들겨 댄다

불협화음만 가득한 이 연주,

몇 시간이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바하의 미뉴엣은 오늘도 미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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