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면-9

자두꽃

by 박용기


자두꽃은 살구꽃보다 작고 흰색이지만

열매는 붉습니다.

맛도 새콤한 살구보다 더 좋고요.

꽃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는 게

과일나무의 열매입니다.


사실 과일나무에게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니까요.

하기야 열매도

씨를 퍼뜨리기 위한 수단이기는 하지만.


자두는 영어로 '플럼 plum'입니다.

그런데 푸룬(prune)이라는 좀 헷갈리는 이름도 있습니다.

뭐지?


plum은 생자두를 부르는 이름이고,

prune은 말린 자두를 부를 때 쓰는 이름입니다.

왜 그냥 dried plum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거지?


말린 사과나 바나나 등은

그냥 dried apple 혹은 dried banana라 하면서.


이렇게 생과일과 말린 과일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포도(grape)입니다.

건포도는 dried grape이라 하지 않고 raisin이라 합니다.


명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누군가의 추론에 의하면

건자두와 건포도는

영국의 경우 다른 말린 과일에 비해

별도의 용도가 많아

이름 자체를 구별한 게 아닐까 합니다.


두 말린 과일의 경우

모든 자두와 포도를 말려서 만들지 않고

특별한 종류의 자두와 포도로만

건과일을 만드는 것도 특징입니다.


푸룬을 만드는 서양자두는

씨가 있는 상태로 건조해도

부패하거나 발효하지 않는

특별한 종류라고 합니다.

건조 과정에서 소르빈산 칼슘이라는 물질이 생겨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군요.


자두꽃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 옆길로 샌 느낌입니다.


비 내리는 봄날에

하얗게 피어났던 그 모습이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면서

이 봄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자두꽃빛에 대하여/ 나희덕


자두꽃빛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꽃은 열매의 외연일 뿐일까

열매가 맺힐 때까지만 유효한

그 후로는 잊혀지는

흰 꽃을 빌어

태어나는 붉은 열매

스스로를 씻고 나온 피투성이

자두꽃빛을 희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고요한 자궁 속 양수의 빛깔

젖빛 같기도 하고 흰빛 같기도 한,

자궁이 터지는 순간 붉게 물드는 강물과도 같은

비내리는 봄날

자두꽃 만발한 산길을 따라 적천사에 오른다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없다, 이미 구름처럼 흡어져버린 자두꽃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5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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