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면-8

자두꽃

by 박용기


살구꽃이 지고 벚꽃이 피어나기 전

그 틈새에 살짝 피었다 지는 작은 꽃

자두꽃이 있습니다.


매화나 벚꽃처럼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꽃도 아니고

꽃도 작은 편이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꽃이지만

연초록의 잎과 함께

초록 꽃받침 위에 피어나는

하얀 꽃이 참 귀엽습니다.


자두는 한자로는 자도(紫桃)로

자주색 복숭아라는 뜻입니다.

자두꽃은 우리말로 오얏꽃이며

한자로는 이화(李花)입니다.

오얏꽃은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이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화여대 마크의 꽃은

자두꽃이 아닌 배꽃입니다.

한자가 배를 뜻하는 이화(梨花)입니다.


봄비에 젖은 작은 자두꽃이

조금은 애처로워 보이지만

청순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봄이 되면 저를 유혹합니다.





자두꽃/ 강 수 정

보름달에 이끌려 자두꽃밭 언저리에 닿았다

바람은 산기슭 어디에 잠들었는지 따라나서지 않고

시냇물 자주 몸 뒤척이며 흐른다

희멀건 달빛아래 부채춤 추는

흰나비떼 꽃잎,


알몸에서 향내가 난다 손안에서 물커덩거린다


지난 꽃샘추위 붉은 울음, 푸른 울음,

꼭꼭 감춘 하얀 꽃잎

우레처럼 들끓던 꽃물 밀어 망울망울 꽃피운


먼 산 검은 이마 드러내고 눕자

견고한 길들 일제히 일어나

지금 막 허물벗는 달빛 속으로 무수히 뛰어든다


산기슭 어디선가 잠자던 바람 푸르르 달려든다

놀란 자두꽃 깨어나 눈비비고

산밑 마을 개 짖는 소리

후두둑 떨어져 날리는 꽃잎, 꽃잎, 꽃잎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500s, ISO 200


#봄비 #자두꽃 #오얏꽃 #이화(李花) #빗방울 #청순한_아름다움 #포토에세이 #2023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봄비가 내리면-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