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의 봄-2023-7

으름덩굴꽃

by 박용기


아내와 함께

계룡산 갑사에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40분 정도의 드라이브 길도 좋고

주차장에서 갑사까지의 숲길이 좋아

가끔씩 가는 드라이브 겸 산책길입니다.


주차장에서 갑사로 들어가는 오리 숲길은

약 2 km 정도의 숲길이라서 오리 숲길입니다.

2019년 국립공원 탐방명소 7선에 뽑힐 정도로

좋은 산책길입니다.


우리의 산책로는

계곡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계곡을 따라가는

작은 오솔길입니다.

한참을 가다 보니

길가에 으름덩굴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속으로는 '심 받다'하고 외쳤지만,

앞서가는 아내를 의식하며

몇 장의 사진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올해엔

이 으름덩굴꽃을 못 보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렇게 사진에 담을 수 있으니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꽃들은 모두 수꽃이고

암꽃은 안 보입니다.

암꽃과 수꽃이 같은 나무에 피지만

다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암꽃은 더 크고 작은 손가락 같은

암술대가 4 ~ 8개가 가운데 있습니다.

수꽃은 더 작고 앙증맞은 아기 손 같은 모양입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실제로는 꽃받침이고

진짜 꽃잎은 없다고 합니다.


학명은 Akebia quinata

영어로는 초콜릿 덩굴(chocolate vine)

혹은 five-leaf chocolate vine이라 불립니다.

꽃에서 초콜릿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맡아보지는 못했습니다.


산책길 초엽에서

이 아이들을 만나

모처럼의 산책이 더 즐거웠습니다.

꽃들이 주는 힐링의 힘으로.



으름넝쿨꽃/ 구재기


이월 스무 아흐렛날

면사무소 호적계에 들러서

꾀죄죄 때가 묻은 호적을 살펴보면

일곱 살 때 장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님의

붉은 줄이 있지

돌 안에 백일해로 죽은 두 형들의 붉은 줄이 있지

다섯 누이들이 시집가서 남긴 붉은 줄이 있지

우리 동네에서 가장 많은 호적의 붉은 줄 속으로

용하게 자라서 담자색으로 피어나는 으름넝쿨꽃

지금은 어머니와 두 형들의 혼을 모아

쭉쭉 뻗어나가고

시집간 다섯 누이의 웃음 속에서

다시 뻗쳐 탱자나무숲으로 나가는 으름넝쿨꽃

오히려 칭칭 탱자나무를 감고 뻗쳐나가는

담자색 으름넝쿨꽃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400s, ISO 200


#그곳의_봄 #으름덩굴꽃 #산책길 #계룡산 #갑사 #포토에세이 #2023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곳의 봄-2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