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의 봄-2023-8

황매화

by 박용기


이맘때

계룡산 갑사 가는 오리 숲길가에는

노란 황매화가 가득 피어 있습니다.


노랗게 피는 꽃 중

홑꽃을 황매화라 부르고

겹으로 피는 황매화는

겹황매화 혹은 죽단화라 부릅니다.


그 모양이 '매화'를 닮았다고

노란 매화 즉 황매화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겹꽃을 죽단화라고 부르는 유래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한자말 같은데 한자표기도 없습니다.


누군가는

막돌에 흙을 섞어서 쌓은 돌담을 뜻하는

'죽담'과 연관이 있다고 말합니다.

즉 죽담가에 주로 피는 꽃이라는 뜻으로

'죽담화'로 부르다 '죽단화'로 변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또 박상진교수는

'우리 나무 이름 사전'에서

"옛날에 임금님이 꽃을 보고 선택하여 심게 하면 어류화(御留花),

선택하지 않고 내보낸 나무는 출단화(黜壇花)라고 불렀는데,

이 '출단화'에서 '죽단화'로 변한 것이 아닌가라고 짐작해 본다."라고 했습니다.


죽단화는 장미목 장미과 황매화속에 속하는 낙엽 활엽 관목입니다.

죽도화(竹島花), 겹죽도화라고도 부릅니다.


양쪽 길가에 가득 핀 황매화가

오리 숲길을 환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사진을 찍으려니 어려웠습니다.

너무 해가 밝아

노란 꽃을 사진에 담으면

색이 뭉개지고 디테일을 잡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럴 땐

아내의 말처럼

아름다움을 그냥 가슴에 담는 걸로 하고

아쉽지만 나무 그늘에 피어있던 가지 하나를

사진에 담는 걸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마침 유준화 시인이

갑사 가는 오리 숲길가에 핀황매화를

시로 읊어 놓은 게 있어 옮겨봅니다.


'기다림'이 꽃말인 황매화를 보면서

내년 이맘때에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황매화/ 유준화


천오백년 전 우리는

웅진성 중장골에 살았었지요

내가 백제 병사로 수자리 살러 떠나기 전 날

제발 살아 돌아오게 해 달라고

부처님께 기도하러 가자, 하면서

그렁그렁 그대의 눈에 눈물이 고였지요

황산벌에서 목이 잘린 나를 안고

다음 생에나 함께 하자고

감물드린 저고리에 피범벅 하던 당신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우리 서로 만나지 못하게 되면

일 년에 한 번은 계룡산의

일주문 지나 절로 가는 오리 길에서

황매화꽃을 들고 기다리자 약속 했었지요

일 년에 한 번 씩이라도

보고 싶을 때 접어 두었던 황매화꽃

보여주자 약속 했었지요

오백 년이 지나고 또 천 년이 지났는데도

사월이 오면 갑사 가는 길

노란 황매화 꽃잎이 가득 하네요.





Pentax K-1/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32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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