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의 봄-2023-10

금낭화

by 박용기

금낭화가 춤을 추는 봄

4월이 떠나고

5월로 바뀌었습니다.


긴 꽃대에

붉은 초롱들을 가득 매달고

봄 축제를 장식하는 꽃입니다.


서양사람들 눈에는

피 흘리는 심장처럼 보였는지

'bleeding hearts'라는 조금

섬뜩한 이름을 가진 꽃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주머니를 닮은 꽃이라고

금낭화(錦囊花)라 부르지만,

꽃모양이 여자들이 치마 속에 넣고 다니던

주머니를 닮았다고 '며느리주머니'라는 이름도 있고,

입술 사이에 밥풀이 붙어 있는 듯 하다고 '밥풀꽃'으로도 불립니다.


중국이 원산지라고는 하지만

우리 시골집 마당이나

문밖 작은 꽃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겨운 우리의 봄꽃입니다.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아래로 숙인 곡선을 따라

수줍은 듯 피어있는 꽃 모양이

겸손하고 순종적인

옛 여인들을 연상시켜서인가 봅니다.


하지만 잔 바람에도

붉은 머리를 두 갈래로 딴

'말괄량이 삐삐'들이

흥이 넘쳐 뛰어노는

신세대 여자 아이돌 그룹 같기도 합니다.


이봄에도 그곳에는

금낭화가 예쁘게 피었습니다.




금낭화/ 김종제


기꺼이
목숨 던져

금낭화 핀다


오롯이
몸 바쳐서
금낭화 핀다

절벽에
부딪히고
강물에 빠져

눈 멀어버렸네
귀 먹어버렸네

희고도
붉은 마음
꽃 차례 차례
총총히 매달려

손목을
함께 묶지
아니하려면
사랑하지 마라

발목을
함께 묶지
아니하려면
사랑하지 마라

금낭화
꽃피는 뜻
오달지게도
비장한 일이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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