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의 봄-2023-13

개별꽃

by 박용기


참꽃마리에는 '참'이 붙어 있는데

이 아이 앞에는

좀 나쁘거나 못한 의미를 주는

'개'가 붙어 있습니다.

개별꽃.


동네 풀밭에 피는 별꽃보다

더 크고 예쁜데 왜 '개'를 붙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이유는 찾지 못했지만

아마 동네 풀밭에 자라는 별꽃의 이름을 먼저 붙이고 나니

그 별꽃과 비슷한데 좀 다른 이 아이를 보고

그냥 개별꽃이라 부른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개별꽃은 석죽과에 속하는 여려해살이 풀입니다.

들별꽃이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름이 더 마음에 듭니다.


이름에는 '개'자가 들어갔지만

꽃말은 '귀여움'입니다.


하기야 요즈음엔

반려견이 집안의 서열 1~2위를 차지하는 세상이니

이 꽃에 '개'자가 붙인 사람은

선견지명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별꽃의 하얀 미소가 아름다운

만인산의 봄입니다.




개별꽃이 핀다/허남기

흙내음 한 줌 빌어
햇살 바라기가 된
개별꽃이 빗장을 푼다

깊은 날이 지나고
깨우침의 발길이
화신풍(花信風)을 가르며
음지에 몸을 움츠린
부푼 마음을 편다

늘 푸른 들판에 길게
씨방을 터뜨린 기억을 헤아려
오래도록 파란 하늘이 보고파
연두빛 길을 축지하며
뭇사람들의 스침이
웃음으로 환하게 쏟아진다

그리운 날을 지우지 못한
별똥별의 묵시들이 횃불 켠
대지위로 크레파스를 칠하며
먼산 잔영의 수채화를 그린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500s, ISO 200

#그곳의_봄 #개별꽃 #야생화 #하얀_미소 #만인산 #포토에세이 #2023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곳의 봄-202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