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봄-2023-3

매발톱 꽃 Aquilegia, columbine

by 박용기


외손녀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건물 앞 작은 화단에 피기 시작한

매발톱 꽃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름다운 꽃을 만나고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이 봄이 참 좋습니다.


미니 화단이지만

몇 포기의 다른 색 매발톱 꽃이 있어

당분간 저에게는

매발톱 촬영의 맛집으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분홍색으로 피는 이 아이는

사나운 매발톱을 어디에 감추었는지

부드럽고 귀여운

작은 종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화훼용으로 개발한 품종인가 봅니다.


비 오는 날 다시 찾아가

정면을 들여다보니

마치 으아리꽃을 닮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으아리매발톱'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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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꽃을 기억하기 위해

이름을 붙여줍니다.

꽃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의 생각대로.


때로는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엉뚱하고 어울리지 않는 이름들도 많습니다.

매발톱 꽃도 그런 꽃 중에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꽃은 그 이름이 참 싫을 것 같습니다.


김선우 시인은 말합니다.

'사람에 의해 이름 붙여지는 순간

사람이 모르는 다른 이름을 찾아

길 떠나야 하는 꽃들이 있다고'





매발톱/ 김선우


야생화 전시장에서 산 거라고, 먼 곳에서

자그만 매발톱풀을 공들여 포장해 보내왔습니다

그 누구의 살점도 찢어보지 못했을

푸른 매발톱

한 석달 조촐하니 깨끗한 얼굴이더니

깃털 하나 안 남기고 날아가버렸습니다

매발톱풀을 아랫녘 밭에 묻어주러 나간 날은

이내가 파근하게 몸 풀고 있는 저물 무렵이었는데

거름이나 되려무나

밭 안쪽에 화분 속을 엎었습니다

화분 흙에 엉겨 있는 발톱의 뿌리는

보드라운 이내 속 깊은 허공 같아서

여리디여린 투명한 날개들이

그제야 사각대며 일제히 날아올랐습니다

아주 오랜동안 내 꿈속을 찾아왔으나

한번도 내게 얼굴을 보여준 적 없는 바람을 타고

반짝이는 수천의 실잠자리떼

이내 속 깊은 허공으로 날아갔습니다


사람에 의해 이름 붙여지는 순간

사람이 모르는 다른 이름을 찾아

길 떠나야 하는 꽃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내 : 해 질 무렵에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 남기(嵐氣).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80s, ISO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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