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봄-2023-4

민들레

by 박용기
124_9851-62-st-m-s-The spring of the town-2023-4.jpg


외손녀가 어렸을 때엔

봄이면 함께 산책을 자주 했습니다.


길을 가다 길게 자란 노란 민들레를 보면

꺾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꺾어 화병에 꽂아두면

저녁이 되면 모두 오므리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그다음 날 다시 피지만

어떤 아이는 더 피지 못했습니다.

아마 민들레는 이틀 동안만 피는 꽃인가 봅니다.


다행히도 관찰력이 좋은 외손녀는

다음날 다시 필 아이를 잘 골라 꺾어

다음날에도 피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외손녀는 민들레 꽃도 좋아했지만

하얀 막대사탕 같은

민들레 갓씨도 참 좋아했습니다.


갓씨가 가득 달린 긴 봉을 보면

어김없이 꺾어

하늘을 향해 후~ 하고 불면서 즐거워했습니다.


노란 민들레는 벌과 나비를 유혹해 씨를 맺고,

그렇게 만들어진 하얀 갓씨 막대사탕은

외손녀를 유혹해 씨들을 멀리 날려 보냈습니다.


그렇게 봄을 즐기던 외손녀도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더니

민들레 보기를 소 닭 보듯 합니다.

친구들과 카톡 하기가

민들레와 놀기보다 아마

백배는 더 재미있나 봅니다.


외손녀가 날려 보낸 수많은 민들레 갓씨들은

이 봄에도 어딘가에서

노란 꽃을 피우고

하얀 갓씨를 맺고 있겠지요.




민들레 꽃씨들은 어디로 / 곽재구


그날

당신이 높은 산을

오르던 도중

후, 하고 바람에 날려보낸

민들레 꽃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하릴없이

무너지는 내 마음이

파, 하고 바람에 날려보낸

그 많은

민들레 꽃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4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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