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봄-2023-7

등나무꽃 Wisteria

by 박용기


등나무꽃을 만나러 간다 간다 하다

끝물에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보랏빛으로 피는 향기로운 꽃이지만

장은수 시인은

멍든 얼굴로 보였나 봅니다.


아래로 고개 숙여 피는 꽃들이

무언가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나 봅니다.


다시 들여다보니

끝물이라 윗부분은 조금 시들어 있어

비를 맞지 않았어도

왠지 안쓰러워 보입니다.


삶의 무게는

나이가 들 수록 무겁게 느껴질까요?

그래서

가지치기도 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살아가야 하나 봅니다.


등나무꽃은 어딘가 연약하고 애처로워 보이지만

등나무 덩굴은 한 고집하는 아이입니다.

덩굴식물은 저마다 감는 방향이 다르다고 합니다.

인동이나 박주가리는

위에서 볼 때 시계방향으로 감지만

나팔꽃, 칡은 반시게방향으로 감습니다.

등나무는 시계방향으로만 감는 오른쪽 감기 식물입니다.

그런데 더덕이나 표주박 등은

유연하게도 양쪽 어디로나 감는 식물이라고 합니다.


어린 등나무 덩굴을

지지대에 반시계 방향으로 감아두면

어느 날 스스로 방향을 바꿔

시계방향으로 감고 오르고 있을 것입니다.


부드럽지만 지킬 것은 지키는

외유내강의 멋을 지닌 꽃.

보랏빛 향기가 들려올 것 같은 꽃.

끝물이자만 이 봄에도 등나무꽃을 만날 수 있어

또 한 해가 흘러갑니다.



등나무꽃/ 장은수


봄비가 내립니다

비 맞은 등나무가

함초롬히 서 있습니다


세상에 피는 꽃들은

모두가 하늘을 향해 곱게 피어나

향기를 내건만

등나무 꽃은 보랏빛으로

멍든 얼굴을

고개 숙여 눈물짓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상처받지 않고 사는 사람

어디 있으랴마는

빗방울은 꽃잎을 안고 떨어져

사람들의 발밑에 짓밟혀

그 향기 그 흔적마저

바람이 쓸고 갈 것입니다


오늘도 비에 젖은 등나무꽃

눈물 머금은 채 서 있습니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25s, ISO 200


#동네의_봄 #등나무꽃 #보랏빛_향기 #오른쪽_감기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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