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갈퀴 garden vetch
5월이면 동네 풀밭에
대부분 잡초라고 알려진 풀꽃들이 핍니다.
외손녀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산책을 하다가
할머니에게 준다고 자주 꺾어오던
살갈퀴꽃도 핍니다.
작은 잎이 양쪽으로 마주 보며
나란히 달린 모습이
농기구 갈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하지만 갈퀴 앞에 '살'은 왜 붙어있는지
확실한 근거는 찾을 수 없습니다.
잎이 달린 모습이
머리빗의 빗살을 닮아서 붙여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학명은 Vicia angustifolia var. segetilis
속명 Vicia는 '감긴다'는 의미로
덩굴손이 있어 때문입니다.
또한 종소명 angustifolia는
'좁은 잎'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맨 뒤에 있는 segetilis는
'밭에서 자라는'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외손녀가 꺾어온 살갈퀴 줄기에는
가끔씩 개미도 딸려왔습니다.
풀밭에서 이 풀꽃을 보면
유난히 개미들이 줄기를 타고
분주히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잎줄기 아래쪽 턱잎에
꿀을 저장하고 있는
검은색 꿀샘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미들이 꿀을 찾아
살갈퀴 줄기를 타고 등산합니다.
이 과정에서 개미들은
줄기나 잎을 갉아먹는
해중을 몰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일종이 공생인 샘입니다.
콩과식물이어서
꽃도 콩꽃을 닮았고,
단백질이 풍부해서
소들이 유독 좋아하는 풀이라고 합니다.
어느 순간 벌초를 위해
예초기가 풀밭을 지나가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잡초 꽃이지만
누군가 예쁜 꽃말 하나를 붙여놓았습니다.
'사랑의 아름다움'
개미에게도 소에게도
무언가를 나누어 주며
사랑이 무엇인지를
말없이 실천하는 잡초 꽃.
살갈퀴가 피는 동네 풀밭은 아름답습니다.
잡초/ 한정숙
살고 싶은
끈질긴 의지를
한줌 흙에 묻고
뿌리를 내린다
줄기를 세운다
철 따라
보호색을
부지런히 갈아입고
그늘 진 나무 아래서도
바람 타는 길섶에도
잎새를 키워가며
잡초란
이름으로도
꽃을 피우고 있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25s, ISO 100
#동네의_봄 #살갈퀴 #잡초 #사랑의_아름다움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