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5

큰금계국 lanceleaf coreopsis

by 박용기


비가 세차게 내리면

꽃들은 빗방울의 무게 때문에

낮은 자세가 됩니다.


그래도

비에 젖은 노란 큰금계국은

밝고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하고 있습니다.


몸을 낮추고

떨어지는 빗방울로

물방울 놀이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긴 꽃대에 방울방울 맺힌 빗방울이

참 아름답습니다.


자연을 거슬리지 않고

겸손하게 순응하는 삶

꽃들이 지닌 미덕이겠지요.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 말하는

이해인 수녀님입니다.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는

수녀님의 말씀이

큰금계국 꽃대를 적신 빗방울들 속에

오롯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비가 전하는 말/ 이해인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아침을 가르는

하얀 빗줄기도

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전하는 말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 ㅡ


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ㅡ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4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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