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14

흰 연꽃 White lotus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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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라디오 음악 프르그램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특히 차를 운전할 때면 클래식 FM 방송을 듣곤 합니다.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

익숙한 시그널 뮤직이 흐르고

진행자는 시작 멘트를 들려줍니다.


저는 그 시작 멘트들을 특히 좋아합니다.

작가가 그날그날

청취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 글로 써서

프로그램의 문을 열기 때문입니다.


지역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몇 번 출연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방송을 만들어 가는 사람 중

방송 작가가 정말 중요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지휘하는 것은 PD의 몫이지만,

진행자가 하는 맛깔난 말 하나하나를

깨알처럼 만들어 주는 사람은

방송 작가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때로는 이 글들이

그런 프로그램의 시작 멘트처럼

하루를 여는

시작 멘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씁니다.


분홍색 연꽃의 꽃말은 '신뢰'지만

흰색 연꽃의 꽃말은 '순수'와 '결백'입니다.


올해엔 아름다운 흰꽃을 보지 못했지만

재작년 여름에 만났던 흰 연꽃 하나를 꺼내봅니다.


물방울이 송송이 맺힌

흰 연꽃을 만났던 아침의 기쁨이

지금도 느껴집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이렇게

숨겨두었다 꺼내보면 행복해지는

작은 것들이 있겠지요?


혹시

무언가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오늘은 그런 것 하나를 꺼내보시면 어떨는지요?




백련, 꽃을 피우니 / 정태운


어찌 이리도 숨어 있었을까

숨 죽이고 세파 거뜬히 이기고

고와도 너무 고운 자태 감추고

한 점

새하얀 꽃으로 피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또르르 젖지 않고

진흙 속에 묻혔어도

한 점 티끌도 묻히기 싫어

비로소 향기를 뱉어낸

단아한 자태


뛰어난 재주 많고 많은 꽃이여!

눈부셔 하늘을 받들었다

일필휘지

갈겨서 캘리그라피로 표현하고

시향으로 피어나는 꽃

백련

백련이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0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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