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15

참나리 Tiger lily

by 박용기


비를 맞은 참나리꽃은

색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짙은 주황색 바탕에

검은 점이 박혀있어

표범의 무늬를 연상시키는 참나리는

그 때문에 영어 이름이 tiger lily입니다.

사실 호랑이는 줄무늬고

표범이 점무늬여서

leopard lily라 해야 옳을 것 같은데

애 tiger lily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옷감에 동그란 무늬들이 있는 것을

옛날에는 땡땡이무늬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점이나 반점을 뜻하는

일본말인 땡땡(텐텐, 点々)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어

물방울무늬라는 우리말로

사용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땡땡이라는 말이 동그랗다는 말에서 나온

땡그랗다로부터 왔다는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한편 물방울무늬를 영어로는 폴카닷(polka dot)이라 부릅니다.

1800년대 중반에

유럽과 미국 전역에는 폴카라는 춤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그때 이 물방울무늬 옷이 나타났는데,

폴카에 열광한 사람들은 새로운 패턴에

폴카닷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꽃은

나리꽃 중에 가장 진짜라는 의미의

'참나리'라는 우리말 이름을

가장 좋아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나리꽃/ 이정덕


나는 불혹의 가슴으로 향기를 열지만
당신 코끝에 닿는 건 늘 잠재성 알레르기의 재채기

나는 설렘과 기다림으로 수줍게 씨방을 감추지만
당신은 꿀이 적다고 푸념하며
무화과 터진 사랑으로 날개를 옮겨 갑니다

해풍에 시나브로 벌어진 씨방 사이
이제야 나는 뿌리 나눔의 비밀을
새 움트는 사랑법을 압니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25s,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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